봄비 詩-4
<봄비/정영옥, 봄비 맞는 두룹나무/문태준, 봄비/김소월, 봄비/고정희>
어느집 모서리에 걸려 풍경을 울리는 동안 흔들리는 침묵같은 봄비가 내린다
봄비
균열을 원하는 하늘
침식한 바람이 부서진 촉촉한 숨결
사소한 침묵을 견딘 나뭇가지
겨울을 지탱한 욕망
제 몸의 물기를 털어내는 새
사람은 낯선 그리움을 기다리지 않는다.
봄비
새벽이 친 그물에 걸린 바람이
안개 속을 떠도는 마음처럼
어느집 모서리에 걸려
풍경을 울리는 동안
흔들리는 침묵같은 봄비가 내린다
<봄비/ 정영옥>
늙은네 빠진 이빨 같던 두릅나무에 새순이 돋아, 하늘에 가까워져 히, 웃음이 번지겠다
산에는 고사리밭이 넓어지고 고사리 그늘이 깊어지고
늙은네 빠진 이빨 같던 두릅나무에 새순이 돋아, 하늘에
가까워져 히, 웃음이 번지겠다
산 것들이 제 무릎뼈를 주욱 펴는 봄밤 봄비다
저러다 봄 가면 뼈마디가 쑤시겠다
<봄비 맞는 두릅나무/ 문태준>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리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김소월>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선천초목 호령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봄비/ 고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