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나비의 문장(안도현)

머루랑 2009. 6. 7. 16:20

 

 

 <배추흰나비가 날아다니던 허공을 끊어지지 않도록 감아보니 투명한 실이 한 타래나 나왔다>

 

 

 

 

 

 

 

오전 10시 25분쯤 찾아오는 배추흰나비가 있다.

마당가에 마주선 석류나무와 화살나무 사이를

수차례 통과하며

간절하게 무슨 문장을 쓰는 것 같다.

 

필시 말로는 안되고

글로 적어야 하는 서러운 곡절이

있을 것 같다.

 

배추흰나비는 한 30분쯤 머물다가

울타리 너머 사라진다

배추흰나비가 날아다니던 허공을 끊어지지 않도록

감아보니 투명한 실이 한 타래나 나왔다.

 

<나비의 문장/ 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