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달맞이꽃 (김용택, 이홍섭, 홍해리)
머루랑
2009. 7. 1. 18:44
못 견디게 그리운 달, 둥실 떠오르면 징소리같이 퍼지는 달빛...
<달맞이꽃/ 김용택>
그리움 가득 채우며
내가 네게로 저물어 가는 것처럼
너도
그리운 가슴 부여 안고
내게로 저물어 옴을 알겠구나
빈 산 가득
풀벌레 소낙비처럼
이리 울고
이 산 저 산 소쩍새는
저리 울어
못 견디게 그리운 달 둥실 떠오르면
징소리같이 퍼지는 달빛 아래
검은 산을 헐고
그리움 넘쳐 내 앞에 피는 꽃
달맞이꽃
기다리고 기다리다 꼬부라진 사랑 하나...
한 아이가 돌을 던져 놓고
돌이 채 강에 닿기도 전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던
돌 같던 첫사랑도 저러했으리
그로부터 너무 멀리 왔거나
그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 못했다
<달맞이꽃/ 이홍섭>
밤마다 기다리던 사람 죽어도 못 잊어, 길가에 나와 서 있는 노오란 달빛 하나!
<달맞이꽃/ 홍해리>
모자 벗어 전봇대에 걸어 놓고
고꾸라져 곯아떨어지던,
때로는
막차에 올라 신발 벗고
나이 든 손님마다 큰절을 하던,
어김없이
대문 앞에 흥건히 오줌을 쏘던
시퍼런 사내,
밤마다 기다리던 사람
죽어서도 못 미더워
애기 업고 길가에 나와 서 있는
노오란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