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늙은 꽃 (문정희)
머루랑
2009. 11. 22. 18:59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마다 써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늙은 꽃/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