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요즘 자다가 몇 차례씩 깬다.
달빛이 방 안까지 훤히스며들어
자주 눈을 뜬다.
내 방 안에 들어온 손님을 모른 체할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앉는다.
한낮의 좌정보다
자다가 깬 한밤중의 이 좌정을
나는 즐기고자 한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지 않으니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소식으로 받아드리면
맑은 정신이 든다.
중천에 떠 있는 달처럼
네 둘레를 두루두루 비춰 주고 싶다.
<침묵>
인간의 혼을 울릴 수 있는 말이라면
무거운 침묵의 배경이 되어야 한다.
침묵은 모든 삼라만상의 기본적인 존재 양식이다.
나무든 짐승이든 사람이든
그 배경엔 늘 침묵이 있다.
침묵을 바탕으로 해서
거기서 움이 트고 잎이 피고 꽃과 엶내가 맺는다.
우리는 안에 있는 것을 늘 밖에서 찾으려고 한다.
침묵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특정한 시간이나 공간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늘 내 안에 들어 있다.
따라서 밖으로만 쳐다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안으로 들여다 보는 데서 침묵을 캐낼 수가 있다.
침묵은 자기 정화의 지름길이다.
온갖 소음으로부터 우리 영혼을 지키려면
침묵의 의미를 익혀야 한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우리 앞에는 항상 오르막 길과
내리막길이 놓여 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각자의 삶의 양식에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도 있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오르막길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길은 인간의 길이고 꼭대기에 이르는 길이다.
내리막길은 쉽고 편리하지만
그 길은 짐승의 길이고 수렁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만일 우리가 평탄한 길만 걷는다고 생각해보라.
십 년 이십 년 한 생애를 늘 평탄한 길만 간다고 생각해보라
그 생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것은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오르막길을 통해
뭔가 뻐근한 삶의 저항 같은 것도 느끼고
창조의 의욕도 생겨나고,
새로운 삶의 의지도 지닐 수 있다.
오르막길을 통해
우리는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어려움을 겪지 않고는 거듭 태어날 수 없다.
<빈 방에 홀로>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만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가득 찾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 충만하다.
<허의 여유>
'문으로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라 생각지 말라' 는 말이 있다.
바깥 소리에 팔리다 보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바깥의 지식과 정보에 의존하면
인간 그 자체가 시들어 간다.
오늘 우리들은 어디서나 과밀 속에서 과식하고있다.
생활의 여백이 없다.
실(實)로써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허(虛)의 여유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삶은 놀라움이요 신비이다.
인생만이 삶이 아니라
새와 꽃들, 나무와 강물, 별과 바람, 흙과 돌,
이 모두가 삶이다.
우주 전체의 조화가 곧 삶이요.
생명의 신비이다.
삶은 참으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
누가 이런 삶을 가로막을 수 있겠는가
그 어떤 제도가 이 생명의 신비를 억압할 수 있단 말인가.
하루해가 자기의 할 일을 다하고 넘어가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이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맑게 갠 날만이 아름다운 노을을 남기듯이
자기 몪의 삶을 다했을 때
그 자취는 선하고 곱게 비칠 것이다.
남은 날이라도 내 자신답게 살면서,
내 저녁 노을을
장엄하게 물들이고 싶다.
<생활의 규칙>
"하루 한 시간은 조용히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라
푹신한 침대가 아닌 딱딱한 바닥애서 잠을 자라.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잠들지 말고
조용히 명상을 하다가 잠들도록 하라.
간소하게 먹고 간편하게 입으라.
사람들하고는 될 수 있는 한 일찍 헤어지고
자연과 가까이 하라.
텔레비젼과 신문을 무조건 멀리하라.
무슨 일에나 최선을 다하라.
그러나 그 결과에는 집착하지 말라.
풀과 벌레들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죽을 것이다.
삶다운 삶을 살아야
죽음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다.
이 24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쓰는가에 따라
그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이지만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조용히 앉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하루하루의 삶에 탄력이 생길 것이다.
몸은 길들이기 나름이다.
너무 편하고 안락하면 게으름에 빠지기 쉽다.
잠들 때는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숙면이 되도록 무심해져야 한다.
당신은 어떤 생활의 규칙을 세워 지키고 있는가.
당신을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의 생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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