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정문택) 꼬부랑 할머니 지팡이는 어디에 두고 햇볕받이 나오셨나 꼬부랑할미 소리 듣기싫어 허리 한번 펴보지만 이내 에구구구 내허리야... 한식날 할미산소에 인사 올 우리 귀여운 손녀들 앞에선 굽은등 보여주면 안 되는데~ 푸르름이 산에 들에 피어나는 날에는 사랑도 그렇게 하나 두울 수를 ..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3.04.03
윤보영의 커피-4 커피 전문점에 왔어 좋은 커피는 향기가 먼저잖아 커피가 나왔어 그런데 향은 간데 없고 네 생각만 가득하네, 어떻게 하면 좋지? ♧ 가지치기를 한 벤자민 가지를 하나 화분 가장자리에 꽂아 놓았는데 뿌리가 내렸어요. 그래서 어쩝니까. 소라껍질로 이쁜 집을 한 채 지어 주었죠. 그랬더..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12.12.10
가을밤 (도종환) 그리움의 물레로 잣는 그대 생각의 실타래는 구만리 장천을 돌아와 이 밤도 머리맡에 쌓인다. 불을 끄고 누워도 꺼지지 않는 가을밤 등잔불 같은 그대 생각 해금을 켜듯 저미는 소리를 내며 오반죽 가슴을 긋고 가는 그대의 활 하나 멈추지 않는 그리움의 활 하나 잠 못드는 가을밤 길고..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12.11.16
낙엽 (도종환) 오늘 떠나는 것은 또 다른 만남의 약속...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 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 고요히 되가져가자 허공에 찍었던 발자국 가져가는 새처럼 강물에 담았던 그림자 가져가는 달빛처럼 흔적없이 헤어지자 오늘 또다시 떠나..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12.11.04
아침의 향기 (이해인) △설악산 소청능선의 일출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구군가에게..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12.01.03
설경 (주경림)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 하늘 소복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눈부신 산봉우리 치맛자락 펄럭일 때마다 비늘로 흩어지는 뿌리 내리지 못한 영혼의 춤 꽃 순보다 뜨거운 열정 못 이겨 뚝뚝 마디를 끓어내고 하얀 무덤 되는 겨울나무 갈비뼈 드러냈던 마른 들판 조용한 겨울잠에 묻혀..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11.12.22
꽃잎을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무심코 끛을 들여다 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꽃잎이 오물오물 속삭이는 거예요. 뭐라구 속삭였나구? 당신도 한 번은 들었을 텐데요. 언젠가 처음 엄마가 되어 아기와 눈을 맞췄을 때 옹알거리는 아기의 생각, 본 적이 있지요? 그 기쁨은 너무 유쾌해서 말문을 열 수가 없었지..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11.11.17
숨어 사는 작은 꽃에도 귀가 있다 후미진 골짜기에 몰래 핀 들꽃 하나 숨어 사는 작은 꽃에도 귀가 있다. 나직한 하늘이 있다. 때때로 허리를 밀어 주는 바람이 있다. 초롱초롱 눈을 뜬 너는 우주의 막내둥이. <작은풀꽃/ 박인술>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11.08.29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소나무 둥치에 붙은 매미 허물, 속이 텅 비었다. 등에는 찢긴 자국. 저런 자국 엄마 배에도 있다. <매미 허물/ 곽해룡, 아동문학가>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슬퍼서 웁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미가 얼마 못 산다고 악을 쓰며 웁니다 매미야, 뚝! 그렇게 울다가 힘 다 빠지면 어떡해? 더 빨..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