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정문택) 꼬부랑 할머니 지팡이는 어디에 두고 햇볕받이 나오셨나 꼬부랑할미 소리 듣기싫어 허리 한번 펴보지만 이내 에구구구 내허리야... 한식날 할미산소에 인사 올 우리 귀여운 손녀들 앞에선 굽은등 보여주면 안 되는데~ 푸르름이 산에 들에 피어나는 날에는 사랑도 그렇게 하나 두울 수를 ..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3.04.03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소나무 둥치에 붙은 매미 허물, 속이 텅 비었다. 등에는 찢긴 자국. 저런 자국 엄마 배에도 있다. <매미 허물/ 곽해룡, 아동문학가>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슬퍼서 웁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미가 얼마 못 산다고 악을 쓰며 웁니다 매미야, 뚝! 그렇게 울다가 힘 다 빠지면 어떡해? 더 빨..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1.08.10
달팽이 한마리가... <달팽이/ 권정생-아동문학가> 달팽이 마을에 전쟁이 났다. 아기 잃은 어머니가 보퉁이 등에 지고 허둥지둥 간다. 아기 찾아간다. 목이 메어 소리도 안 나오고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고 아기 찾아간다. 달팽이가 지나간 뒤에 눈물 자국이 길게 길게 남았다. <정말 걱정되는 것/ 오은영-아동문학..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1.08.05
청산은 말없이 살라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푸른 하늘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 <나옹선사 어록...>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1.07.10
6월의 장미 (이해인)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중략 -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1.06.15
봄날은 가네~ 늦목련나무 아래 꽃잎이 툭툭 집니다. 황홀했던 짧은 순간의 영광을 뒤로하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떨어져 빛바랜 커다란 꽃잎을 하나 주워들고 속삭입니다. 집앞 유치원 화단에 잔뜩 빨아 널은 아이들의 실내화 깔창을 닮았다고, 그것도 아주 많이~ㅎ 꽃잎은 유치원 화단에 잔뜩 빨아 널은 아이..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1.05.11
밥이나 먹자,꽃아 (권현형) 나무가 몸을 여는 순간 뜨거운 핏덩이가 뭉클 쏟아지듯 희고 붉은 꽃떨기들이 허공을 찢으며 흘러나온다 봄 뜨락에 서서 나무와 함께 어질머리를 앓고 있는데 꽃잎 하나가 어깨를 툭 치며 중심을 흔들어 놓는다 누군가의 부음을 만개한 꽃 속에서 듣는다 오래 전 자본론을 함께 뒤적거리던 모임의 뒷..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1.04.20
여름 꽃시 (6편) 어제 불던 바람에 약한 허리를 다친 보랏빛 다알리아여~ 밥집 앞에 잠깐 서 있었을 뿐인데, 여름 한낮의 텅 빈 기갈을 허겁지겁 채운 뒤 민박집 마당으로 막 내려섰을 뿐인데, 크고 탐스러운 꽃이었다. 이름을 몰라 물어보니 '달리아'라 한다. 보랏빛 얼룩이 둥글게 다발을 이룬 흰 꽃잎 속..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0.08.12
또 한여름 (김종길) 소낙비 내리자 매미소리 멎고, 풀잎은 아파서 운다~ 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또 한여름/ 김종길>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0.08.10
팔월에 우는 매미... 여름 한철을 성충으로 살기 위해 무려 7년 이라는 긴 세월을 땅속에서 지내야 하는 매미... 쓰르람 쓰르람 맴 맴 외로워서 운다. 숲이 있는 어디서든지 나무 위에 매달려 불볕더위에 목이 터져라 짝을 찾는 사랑의 노래 부른다. 쓰르람 쓰르람 맴 맴 슬퍼서 운다. 수년이나 땅속에서 굼벵이로 숨죽여 살.. <詩 휴게실>/봄, 여름 詩 201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