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3천원짜리 봄

머루랑 2009. 4. 6. 23:14

 

 영희는 갈색 안경 소녀입니다. 오늘은 약속대로 3천 원을 주어야 합니다.

 

 

 

 

 

 진달래 세 번 만지는데 육백 원, 목련 두 번에 천 원...

 

 

 

 

 

 벚꽃 일곱 번 만지는데 칠백 원을 주어야 합니다

 

 

 

 

 

 

<3천원짜리 봄/ 신성철>

 

영희는 갈색 안경 소녀입니다.

오늘은 약속대로 3천 원을 주어야 합니다.

조카 손목에서, 발꿈치에서 산 봄 값입니다.

 

벚꽃 일곱 번 만지는데 칠백 원

진달래 세 번에 육백 원,목련 두 번에 천 원

조카 나뭇가지에 찔린 것

언덕에서 미끄러진 것 모두 3천 원

 

이모 여름엔 얼마야?

가을엔는 5천 원 줄꺼야?

천 원짜리 세장이 얄미운 손바닥으로 건너갑니다.

한 장은 땀에 젖어 눈물을 흘리며

   또 한 장은 화가 난 모습으로 한숨을 쉬며

        다른 한 장에서는 아이스크림 빠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영희는 금방 웃습니다.

명지바람과 버들강아지

휘파람새와 방울새소리

쑥 뜯던 기억까지 덤으로 얻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한 소녀의 봄이 있다. 앞이 안 보이는...

그래서 갈색 안경 소녀인 영희는

 조카 녀석 손목을 붙들고 봄나들이를 간다.

 

벚꽃 일곱 번 만지고, 진달래 세 번 비벼보고,

 목련 두 번 쓰다듬은 다음에야 영희에게도 봄은 온다.

 봄을 이모에게 데려다 준 삯이 3,000원이다.

 

~이 시를 쓴 신성철씨는 일곱 살 때 시력을 잃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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