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빵 (류시화)

머루랑 2011. 1. 11. 18:56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지 않았을까? 저 자신만을 생각하느라고....

 

 

 

 

 

내 앞에 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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