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사랑/ 양전형, 찔레꽃/ 신경림, 찔레꽃/ 이외수>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찔레꽃 사랑/ 양전형>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풀과 나무는 물론 세상 무엇이든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 넘치고 넘쳐 마침내
찢어진 가슴 열며 상처투성이 꽃
왈칵왈칵 구구절절이 피워내는 것
그리고 아품이 큰 꽃일수록
고웁고 향기 더 나는 것
사랑은 아프게 해야 한다
꽃이 아프게 피어나듯
가슴이 찢기도록 해야 한다
상처는 정녕코 아름다운 것이므로
아, 저 하늬 길목 갯도랑 찔레꽃
한겨울을 얼마나 아파했을까
온몸 가시에 뚫리는 고통 견디며
누굴 저리 활활 사랑했을까
아카시아 꽃냄새가 진한 과수원 샛길에 찔레꽃 무리지어 피었네~
<찔레꽃/ 신경림>
아카시아 꽃냄새가 진한 과수원 샛길을
처녀애들이 기운 없이 걷고 있었다
먼지가 켜로 앉은 이파리 사이로
멀리 실공장이 보이고 행진곡이 들리고
기름과 오물로 더럽혀진 냇물에서
아이들이 병든 고기를 잡고 있었다
나는 한 그루 찔레꽃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은 어둠 번지는 종소리
보리 팬 언덕 그 소녀를 찾고 있었다
보도는 불을 뿜고 가뭄은 목을 태워
마주치면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다
겨울은 아직 멀다지만 죽음은 다가오고
플라타나스도 미루나무도 누렇게 썩었다
늙은이들은 잘린 느티나무에 붙어 앉아
깊고 지친 기침들을 하는데
오직 한 그루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냇가 허물어진 방죽 아래 숨어 서서
다가오는 죽음의 발자국을 울고 있었다
마음으로만은 사랑할 수 없어 밤마다 편지를 썻어...
<찔레꽃/ 이외수>
마음으로만은
사랑할 수 없어
밤마다 편지를 썼었지
서랍을 열면
우울한 스무 살 가슴앓이
사어들만 수북이 쌓여 있었지
입대하기 전날 아무도 몰래
편지를 모두 잘게 찢어
그대 집 담벼락에 깊이 묻고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으리
나는 바삐 걸었네
황산벌 황사바람 속에서도
바래지 않는 추억
수시로 가시처럼 날카롭게
되살아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파고들던 아픔이여
그래도 세월은 가고 있었네
제대하여 돌아와
다시 편지를 쓰려는데
그대는 하늘나라 먼 길을 떠났다던가
보름달은 환하게 밝아 있고
편지를 잘게 찢어 묻은 그 자리
찔레꽃이 무더기로 핀 이유를
비로소 알아내고 혼자 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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