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사랑을 놓치다 (윤재림)

머루랑 2010. 5. 20. 22:59

 

 나 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세상에! 그대가 명사산 돈황여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사랑을 놓치다/ 윤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