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도봉산

겨울비 내리는 도봉

머루랑 2013. 12. 11. 07:30

       ▲만월암

  스모그 영향 때문인지 비가 오려는지 알 수 없는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는 휴일,

        스맛폰으로 서울 날씨를 검색해 보아도 강수 확율은 20%인데 벌써 밖에는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에 갈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조금 내리다 말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상청 예보를 믿고 우리는 도봉산으로 출발을 했다.

 

 

 

      △우리 부부의 연(緣)을 맺어준 인연송 아래로 비를 맞은 등산객들이 서둘러 하산하고 있다

     

 

        7호선을 타고서 도봉산역에 내리니 우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등산로는 서둘러 하산하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데

        보통 이시간 때면 보통 하산하는 이들 보다는 오르는 이들이 더 많아야 하는데

        오늘은 그 반대로 하산하는 이들로 등산로가 미어 터진다. 

 

 

       △차가운 빗물로 샤워를 하는 팥배아가씨

 

      

       오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없어서 우장을 갖추지 않고 산행에 나섰다가  

       산속에서 속절없이 내리는 차가운 겨울비에 노출되어

       두툼한 패딩점퍼가 흠뻑 젖어버린 저 사람들은 어쩌지?

 

 

       만월암 장독대가 너무 소박한 거 아닌가?

       커다란 건 된장독일 것이고 간장과 고추장독 그리고 제일 작은 것은 소금단지~

       흙을 채운 함지박에선 상추를 비롯한 각종 야채들을 키워냈을 테고...

 

       제비집 처럼 조그마한 만월암까지 참 예쁘다.

 

 

        △만월암위 전망대

 

        계획은 만월암위 계곡을 건너 사면길을 따라 석굴암과 마당바위를 거쳐서  

        선인봉 아래 타이타닉바위를 오르는 것 이었는데 비가 내리는 관계로 급수정을 했다.

        설굴암 직전에서 만장봉 낭만길 아래를 경유 자운봉과 만장봉 안부로 오르는 것으로...

 

        렌즈에 빗물이 들어 갈까봐 사진도 제한적으로...

 

       △겨울비가 만들어 내는 풍경

 

       △가을의 흔적 사이로 만월암이

 

         △석굴암으로 가며 내려다 본 계곡길 

        가 잘 내리지 않는 겨울철 이라고는 하지만

         산행시 우비 하나 챙겨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가 없다.

         간단한 구급약과 우비 정도는 항상 배낭안에 넣고 다녀야 하는데...

         평지인 시내와 달리 고도가 높아 질수록 산에는 날씨 변화가 심한데 오늘이 딱 그랬다.

 

         우리가 집을 나설 때는 우산을 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산을 오르면서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이 내려서

         우장을 갖추지 못하고 산행에 나섰던 이들이 중도에서 산행을 포기하고

         서둘러 하산하는 광경을 오르면서 많이 보았다.

        

         저들을 포함하여 하산하는 이들 거의 대부분이 차가운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노송이 자라는 풍경

 

       △석굴암으로 가는 사면길

 

 

       다행이다.

        석굴암 직전의 바위굴에 혹시라도 비를 피하려는 이들이

        선점을 하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바위굴이 비어 있어서 입주를 한다.

 

        여태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는데 저곳에 들어가 식사도 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기로 하는데 평소에도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인데다 

        오늘 같이 비까지 내리니 쉬는 내내 지나가는 이들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네.

 

       YTN 2시 뉴스를 들으니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정 발표>라는 특보가~~

 

 

       △선인봉은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자연이 그려내는 수묵화 한점

 

      △미답의 선인은 숙제로 남겨두고...

 

       △부지런한 숲속의 친구들

       동면의 계절은 다가왔는데 여태껏 식량 창고를 채우지 못한 람쥐는 근심이 많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굴 밖을 서성이는 람쥐가 불쌍해 보여

        곤줄박이를 만나면 손에 앉히려고 항상 준비해 갖고 다니는 땅콩을 한줌 꺼내 

        바위 위에 올려 놓으니 쬭쬭대며 우리더러 빨리 자리를 뜨라네.

 

        인사도 없이~  

 

       △비는 잦아 들었는데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비처럼...

 

       △다들 산을 내려 가는데 오르는 당신들은??

 

       △비가 그치면서 공룡길 아래로 구름이 서서히 겉히고 있다

 

       △작업 중인 수묵화

 

       △구름 사이에 숨어서 공룡은 안전하게 올라간 것일까~

 

       △구름속에 뭍혔던 포대능선도 서서히 드러나고...

 

       △연기봉 하단

 

        △연기봉 아래의 비밀정원

 

       △풍경

 

       △풍경

 

       △풍경

 

         만장봉 낭만길 아래를 경유하여 만장봉과 자운봉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미끄러운 협곡엔 

          오늘 비에도 녹지 않은 축축한 눈들이 바위에 그대로 얼어 붙어 있어서

          장갑낀 손으로 바위를 잡고 오르는데 이내 젖어 손이 시렵다.

 

          눈위에 선명한 발자국이 없는 걸 보니 오늘은 통과한 이도 없는 것 같고... 

 

 

       △만장봉 낭만길

 

       △저 위가 만장봉 정상

 

       △건너편으로 다락능선

 

       △연기봉 '배추 흰나비의 추억' 릿지길

 

       △만장봉 안부(이 다음의 운해 풍경이 정말 괜찮았는데 모두 날아가 버렸으니~)

 

 

 

 

 

 

 

 

 

 

 

 

 

 

     만장봉안부로 올라서서 때마침 겉히기 시작하는 구름사이로 드러나는 

         풍광을 즐기기 위해 전망대로 서둘러 올라서니 기대대로 장관을 연출한다.

         멀리로는 인수봉 부터 우이암능선에 이르는 골짜기 사이로 구름이 올라가면서

         선경을 연출하기 시작하는데 여름도 아닌 겨울철에 그것도 저녁녘 운해라니...

 

         조금 있으니까 커다란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한 분이 올라와서는 연신 셧터를 눌러대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에덴의 동산 실루엣 너머 구름 사이로 빛내림과 함께

         운해가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환상 그 자체이고 도봉산에서 처음봤다.

        그렇게 20여분 이상을 손가락이 곱도록 사진을 찍어 집에 돌아와 컴에 올리다가 아연 실색을 했다.

 

        올리는 도중에 컴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잠시 멈춘 것을 모르고

       나는 완료가 끝난 줄 알고 확인도 않은채 그만 칩의 내용을 모두 삭제해 버렸으니...

      안돼     안돼     안돼!

 

        낚시는 하지 않지만 대형 월척을 낚아 어망에 넣다가 놓쳐 버린 기분이 이럴까~~

        아, 엄청나게 큰 고기 였는데...

        놓친 놈들은 왜 그리도 큰지~  

 

        다행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거라도 건진게 어딘가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