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도봉산

오봉에서의 해넘이

머루랑 2013. 11. 13. 06:30

 

      △오봉에서의 만추 해넘이

 

    산행코스 : 송추~여성봉~관음봉~오봉~오봉샘~도봉주능 헬기장~성도암~서원터~도봉동종점

 

      △오봉서벽의 위용

 

       관음봉에서 내려와 낙엽이 쌓여 미끄러운 비알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오봉 바로 하단에 닫는데 이곳엔 조그마한 너럭바위가 있어서 쉬면서 간식을 들기에 좋은 장소이다.

 

        기본 장비들은 챙겨 왔지만 오늘은 늦어서 릿지보다는 가볍게 돌다 갈 생각이라 

        중간 까지만 올라 살짝 바위 맛을 보곤 이내 내려왔다.

        확보도 없이 바닥을 칠 이유는 없잖은가~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쪽 조망이 살짝 유감이다

 

       우이령을  2004년 가을에 길을 잘못 들어서 오봉에서 우이령으로 내려섰는데 

        지금은 일반에게 제한적으로 개방되는 우이령을 따라 우이동 방향으로 걷다가

        고개 전경초소에서 제지를 당하고 우이암 능선으로 다시 올라가는

        쌩고생을 해 기분을 잡쳤던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 하길래 통과시켜 주는 줄 알았다가 기록만 하고는

        해가 지는 산으로 올려 보내는데 얼마나 젊은 전경이 야속 했는지 모른다.

        그 누구를 막론하고 사정이 통하지 않던 시절...

 

        우이능선으로 힘빠지게 다시 올라가 능선을 타고 유원지로 내려서니 캄캄한 밤... 

        그래서 우이령은 지금도 걷기가 싫다.

        그 전경을 다시 만날 것 같아서~ㅎ

 

 

        △지나온 관음봉

        부처바위는 이쪽에서 바라봐야 부처 뒷모습으로 보이는데

         그걸 줌으로 당겨서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역시 오봉도 감투바위를 하나 이고 있다

 

        늦은 시각에 오봉에 오른 이들이 있는지 떠드는 소리는 들리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하강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담으려 한참을 기다려 보아도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뜬다. 

 

 

       △오봉 하강코스는 60미터 자일 두 동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강도 못하고 남들이 하강하는 모습도 담지 못해

        하늘만 쳐다 보다가 입맛만 다시고 갑니다. 

 

 

      △하강의 아쉬움을 늦깍이 단풍으로 달래고~

 

       △막바지 단풍이라 그런가 더 강열하다

       오봉 아랫길을 걸으며 낙엽을 밟는 내 발자국 소리가 이렇게 큰 줄도 오늘 알았다.

        사람들이 미처 밟지 않아서 더 미끄러운 낙엽 길은 편하게 걷는 것을

        방해 하지만 발밑에서 사그락 거리는 소리는 참 좋다.  

 

        생각은 아랫길을 따라 걷자고 하면서도 발길은 어느새 미끄러운 사면을 가로질러 

        오봉 안부로 향하는 비탈을 오르고 있는게 아닌가.

 

 

       △오봉 시작지점

       오봉 정상에서 들려오던 사람들 소리는 하강을 하려는게 아니고

        정상까지만 올랐다 다시 올라간 곳으로 내려오는 이들이 내는 소리였다.

 

        여자 한 명을 포함해 모두 세 명인데 헬멧에 자일은 물론 하네스도 없이 슬링줄

        중간 중간을 매듭으로 묶은 15미터 가량의 가느다란 슬링줄 한 가닥만 

        가지고 오봉을 등반하러 왔다는 무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본인의 안전이야 자신이 알아서 할 문제이니

        이러쿵 저러쿵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장비도 없이

       일행을 위험한 곳으로 데리고 온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지...

 

 

       △오봉은 배낭을 내려 놓고 맨몸으로 올랐다

 

         가느다란 슬링줄에 의지해 쩔쩔매며 그들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져 자켓을 걸쳐 입고 올라야 겠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몸은 벌써 장비 착용을 마치고 있는 머루랑...

 

         어짜피 반대편으로 하강은 못할 것이니 거추장스러운 배낭은 벗어 두고

         홀가분하게 오르는데 손이 시리고 바위가 차게 느껴진다. 

 

 

      △오봉 중턱의 기암아 방가방가~

 

 

      △오봉을 오르며 바라본 사이봉과 4봉

 

      △노을을 받아 점차 바위가 황금색 빛을 낸다

      사이봉 아래의 석굴을 통해 올라가는 그들을 보았기에 목소리는 들려오지만

       그들 모습이 보이지 않아 4봉 바위벽 사이를 살피니 어라?

       그대로 하산한게 아니라 일행들을 데리고 오봉 만큼이나 위험한 4봉 아래

       맹순이 하늘 길에서 낑낑대고 있는게 아닌가.

     

 

       △오봉 정상의 감투바위

 

        △관음봉 아래 석굴암이 아늑해 보인다

 

      △아직껏 맹순이 루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 지르는 고함에 정적이 깨진다

 

        △하강 지점의 웅덩이

 

       △오봉 테라스에서 바라보이는 관음봉

 

       △우이능선

 

       △보면 볼수록 역시 명산이다

 

        배낭을 벗어 놓고 올라왔더니 땀이 난 등짝이 차가워서 더이상

        오봉 정상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어 서둘러

        다시 올라온 곳을 통해 하강한다.

 

 

      △석굴을 통해 4봉으로 오르며 바라본 오봉

 

       △맹순이 하늘 길 루트

       맹순이 하늘 길을 오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커다란 바윗돌 두 개가 끼어있는 대침리를 통해 올라 보기로 한다.

        커다란 배낭을 맨채로 침리속으로 들어가 다리를 최대한 벌려 오르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침리를 오르면 우측으로 트레버스 해야 하는데 여기가 까다로운 곳이라 자칫 잘못 하다간

        바닥을 칠 수 있는 곳이라 긴장을 해야 하지만 곧 끊어질 듯 낡은 슬링줄을 믿고

        과감히 우측 손을 길게 뻗으면 닥터링을 살짝 해놓은 곳이 잡힌다.

 

 

       △오봉과 4봉의 가운데는 사이봉이다

 

 

                                △맹순이 하는 길 (조금 전 앞서 간 이들이 쩔쩔매던 곳이다)

 

                                 몇 년 전 이곳을 통해 4봉을 등반하다 꽃다운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故맹순씨를 기리며 <맹순이 하늘 길>이라 명명한 이 코스는 보기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코스다.

                                 상단부 확보용 볼트 하나가 박혀 있는 지점이 바로 크럭스이다.

 

 

       △맹순이 하늘 길

 

      △4봉에 올라 바라보는 오봉

 

       4봉에 올라 짧은 휴식을 갖고 이내 일어서야 한다.

       입동도 지난 짧은 가을 해가 지고 있으니...

 

       △바나나보트가 대기하고 있는 3봉

 

       △4봉 감투바위뒤 풍경

 

                                   △4봉을 자일 하강하며 바라본 3봉도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상장능선 너머로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제2봉 전경

 

      

        오늘도 즐거움을 한아름 안고 간다.

      고맙다 오봉~ 

 

 

      △빨리 하산을 해야 하는데 눈길은 계속 서쪽에 머무르고...

 

       △이렇게 노을빛은 끝이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을빛은 오히려 더욱 붉어진다

 

      구름에 살짝 가렸던 해가 나오면서

       김포쪽 한강 수면에 반사된 빛이 두 개의 태양처럼 보인다.

 

       어두워 지기 전에 빨리 하산을 해야 하지만 이 장엄한 노을에 매료되어 

       그만 1봉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따뜻한 느낌이 나는 이런 장면을

        머루랑은 참 좋아 하는데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았다면

        오히려 감흥은 덜했을 것이다.  

 

      △저녁 무렵에 보는 오봉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산에 오른 자에게 자연이 주는 축복이다

 

      노을이 지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서 발길이 떨어지는가?

      오늘은 대자연의 노예가 되어도 좋겠다^^

      할 수만 있다면 매번~~

 

       △가자,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한다~♬

 

 

 

 

 

 

 

 

        오봉 등반 중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니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군부대 훈련장이 있는 우이령쪽으로 잘못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1봉까지 바위를 끝내고 느긋하게 노을까지 감상한 후 오봉샘을 지나 

         어둑어둑 해지는 우이능선 헬기장을 지나자 아까 우이령쪽으로 잘못 하산을 하던 

         그 노랑배낭의 부부들이 다시 능선으로 올라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차림이 그 흔한 싸구려 스틱도 하나 없이 구부정한 나무 막대기 하나를

         여자가 주워들었고 산속은 빠르게 어두워지는데 랜턴을 준비 했는지도 모르겠고

         어느 곳으로 하산 하려는지 걱정도 되지만 그들을 앞서기도 전에 나타나는 

         샛길을 통해 나는 쏜살같이 비알길을 내달려서 내려왔다. 

 

         이어서 주등산로와 합류하고 용어천 하단 성도원을 막 지나는데 

         주말이면 북한산 국립공원 상공에 요란한 굉음을 내며 어김없이 나타나는 구급헬기 소리에

         산을 올려다 보니 방금 내려온 우이능선 상공을 써치를 비추며 헬기가 낮게 맴돌고 있다.

         불현듯 아까의 그 부부들 생각이 떠올랐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철 하산은 오후 4시 이전에 마쳐야...

 

         음악을 들으며 빠른 속보로 걷고 있었던 나는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그들에게 어디로 하산 하는지 헤드랜턴은 있는지 정도는 불러세워 놓고 한 번쯤

         물어 볼 수도 있었는데 나는 그냥 그들을 앞서기도 전에 샛길을 통해 먼저 내려온 것이다. 

 

         만약에 그들을 뒤쫏아가 이것 저것을 물어보고 그 어떤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스틱을 한쪽씩 나눠주고 좀 늦겠지만 헤드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함께 안전하게 내려 올 수도 있었는데 조금 미안하다.

 

         아마도 빠르게 어두워지는 능선에서 넘어져 다쳤거나 당황해 중간 하산로를 놓치고 

       구조대에 긴급 구조요청을 한 것이리라.        

 

 

 

        산행을 그리 오래 했다면서도 어두워지는 산속에서

         자칫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르는 이들을 쫏아가 어디로 가느냐 

         랜턴은 있느냐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밉다. 

 

         그래도 안전하게 구조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긴 하지만... 

 

 

 

 

 

                

 

                 머루랑 오늘 반성합니다. 

 

                  산행시 개인의 안전은 각자의 책임이므로 등반 중 발생되는 사고는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오늘 같은 경우는

                  내가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했으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도 있었는데...

                  

                  반성하고 또 반성 합니다~

                  노랑 꽃비가 내리는 가을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