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벌써 39년 전의 일이다.
우리 부부의 연을 맺어준 도봉산의 그 인연송은 아직도 푸르름이 변함이 없건만
당시의 처녀총각은 하루가 다르게 백발이 늘어만 가는 환갑의 할배.할매가 되었다.
부부의 인연은 정말 따로 있다더니 그 말에 전적으로 수긍을 한다.
군입대를 얼마 앞두고 친구들과 각자의 여친들을 동반해서 함께 도봉산으로 등산을 갔다.
아니 우리들은 등산을 간게 아니라 도봉산계곡으로 놀러 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배낭속에는 버너로 끓여서 먹을 온갖 음식과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한창 유행이던 야외전축에 기타통을 메고 갔으니...
천축사 갈림길에서 우측길로 20여 분 오르면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평퍼짐한 장소가
한 곳 있었는데 우리들은 버너를 지펴 고기를 굽고 술을 한잔씩 하며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본격적인 행사?(고고춤)을 앞두고 여친들이 코펠 등을 닦으며 주변 정리를 하는 동안
남자들은 언덕을 올라가 멋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주변에는 온통 참나무 군락인데 넓은 너럭바위 옆에는 동쪽으로 굽어진
멋진 한그루의 노송이 자라고 있어서 노송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우연이 필연이 되다.
그런데 포대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던 아가씨들 4명과 사진을 서로 먼저 찍겠다고
소나무를 사이에 두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자들이랑 말싸움 하는 것도 그래서 우리는 그녀들에게
먼저 자리를 양보하자 두어 장을 찍는 듯하더니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안절부절하는 모양새가
필름이 다 떨어진 거 같아 보였다.
그녀들에게 빨리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고선 우리는 돌아가며 나무에 올라가 독사진도 찍고
아직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있던 그녀들에게 부탁해 단체사진도 찍은 후 우리는 여친들과
신나게 춤추며 놀기 위해 계곡으로 내려 가려는데 그녀들이 카메라를 든 나를 불러세운다.
자기네들 단체사진 좀 찍어달라고,
그녀들은 이미 남아있는 필름이 없으니 나의 카메라로~~♪♬
이후의 전개되는 이야기가 더 극적인데 설명을 다 하려면
작은 에세이집 한권은 내야할 분량이라 다음으로 패스!
△만월암 근처에서 만난 복수초
결혼 후 해마다 3월 셋째주 일요일에는 도봉산을 찾아
그날의 인연에 감사하며 옛추억에 잠기기도 하는데 어릴적에는 부모를 따라
곧잘 따라다니던 녀석들이 어느 때인가 부터는 보이지 않고
이제는 두 부부만이 다정히 손잡고 인연송을 찾는다~
▲우리가 인연송리라 이름지은 노송에 올라가 서로의 사진을 찍는다
아내가 내사진을 찍어주면서 자동으로 맞춰 놓은 조리개 값을 건드려
조리개가 많이 돌아간 줄도 모르고 산행이 끝날 때까지 몇 장을 계속 찍었으니...
평소에는 산행시 썬그라스를 잘 착용하지 않는데 이날은 썬그라스를 썼고 옅은 황사까지 날아와
날씨가 뿌옇게 보여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노출이 잘못된 것임을 모르고 날씨 탓 인줄로만 알았다~♬
▲만장봉 낭만길 초입부가 마치 비오는 날씨 같다~
▲여기가 만장봉 낭만길릿지 시작점이다
▲낭만길릿지 건너편으로는 공룡길릿지
▲오늘 몸살감기로 몸 컨디션이 안 좋은 아내가 힘들어 해 낭만길 2피치를 끝내고 계곡길로 탈출
▲절벽위의 특급 조망처
인연송에서 시산제 및 간단한 요기를 하고
연기봉 아래 이 낭떠러지 전망대에서 둘만의 조촐한 도봉산 만남 39주년 산상파티를 연다.
애초에는 기념일에 맞게 <로얄살루트 39년산>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36년산 가격이 무려
180만 원대 라고 해 엄두가 나지 않아 조금 저렴한 것으로 준비한 것이 '로얄살루트 21년산' 이다.
이 정도는 시중에서 20만 원 중반대면 구입 할 수 있는데 오늘 산에 가져가서 마실 거라 했더니
산에서의 음주는 위험하니 술은 집에와서 저녁에 마시자고 하네...
▲조금 전에 탈출한 낭만길릿지
▲낭만길 소나무가 자라는 풍경
▲멀리 굥룡릿지를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바라보며 전망대에서 식사~
▲연기봉(배추흰나비 릿지길)
▲만장봉 안부
▲연기봉
▲낭만길 릿지를 오르면 만장봉정상이다
▲에덴의 동산
▲자운봉과 신선대
△에덴의 동산
▲신선대 오름길
만장봉 안부로 올라와 바로 마당바위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산행을 하면서 몸살감기가 다 나았는지 아내가 신선대는 꼭 올랴야 한다며 먼저 앞서 나아간다.
▲풍경
▲신선대에 올라
▲이렇게 연출하기도 쉽지 않은데 오늘 사진이 모두 이렇다~ㅋ
▲내년 만남 40주년 기념일을 알차게 맞을 것을 기약하며 만남 39주년 산행을 마무리..
꼬마애가
언덕에 서서 연을 날린다
연줄을
풀었다 감았다
감았다 풀었다
나는
연줄에 매달린 연(鳶)
아침이면
연줄을 풀어
직장에 나와
은행에 가고 관공서에 가고
저녁이면
다시
연줄을 감아
마누라가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내 연줄을 잡고
감았다 풀었다 하는
마누라
하늘이 맺어준 인연.
<인연 /우공 이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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