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도선사~무당골~입술바위~대머리바위~족도리바위~백운산장~백운대~용암문~도선사
남녁에서 본격적으로 봄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2월의 마지막 휴일인 28일,
휴일을 맞아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가까운 북한산 정상에 올라 기(氣)나 받자며 배낭을 꾸려 우이동을 지나
도선사에 도착하니 이미 12시 30분이 넘어서고 있는데 부지런한 이들은 벌써 줄지어
하산을 하는 늦은 시각에 나는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무당골에 있는 입술여인(?)을 만나 보고
그리고 또 족도리바위 부근에 있는 젖가슴 부인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백운대나 오르자고...
전날 일기예보에 따르면 새벽까지 약간의 비가 내린다고 하였는데
일어나 보니 날씨는 봄날처럼 화창하고 기온까지 올라가 겨우내 끼고 다니던 두터운 동계용 장갑대신
싸이클용 손가락장갑을 끼고 산행에 나섰다가 두 시간 후에 낭패를 당했다.
△도선사 뒤로 오늘 오를 능선이 보인다
이렇게 눈자락 하나 보이지 않던 북한산 일원에는 두 시간 후에는 완전히 설국으로 변해버렸다.
올 겨울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많은 눈이 내린 날로 기록될 것 같은데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두 시간 동안 내린 눈이 약 7~8cm.
대박~!!
△등산로에서 도선사 경내가 내려다 보인다
무당골에 있는 입술여인을 찾아가는 길은 도선사에서 용암문 방향으로 조금 오르다 보면
나타나는 김상궁바위에서 능선으로 올라 붙으면 된다. 물론 계곡으로 내려가
다시 입술을 찾아가는 길은 좀 난해하고 어렵지만 말이다.
△여름철이면 늦은 하산시 흘린 땀을 씻어 가기에 그만인 은밀한 곳인데... (아래사진)↓
△여름철의 모습
가까운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형체가 보이지 않아
발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니 까투리 한마리가 단풍나무 아래를 숨어서 기고있다.
오늘도 역시 저번처럼 아무생각 없이 무당골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입술여인에게로 가는 길을 지나치고 안장바위가 올려다 보이는 아래까지 와버렸다.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서 조금 내려가니 입술여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왜 요즈음은 가끔 찾지도 않냐며 눈을 홀기며...
△조물주의 장난치고는 아주 수작이다~
△입술바위는 여성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한다는데 왜~?
△입술바위는 무심코 걷다간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대머리바위에서 바라보는 만경대 병풍바위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만경대쪽
△대머리바위의 사선크랙을 따라 오르는데 대단한 완력이 요구되는 곳이다
눈이 내린다는 예보도 없었고 날씨까지 따뜻해 겉옷을 벗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어느순간 부터 날씨가 급변하면서 기온도 빠르게 떨어지고 싸락눈까지 내리기 시작을 하는데
처음에는 조금 내리다 말겠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대머리를 바위를 지나서 족도리바위 아래 찬바람이 덜 불어오는 등로에 쭈그리고 앉아 컵라면을 준비하는데
그사이 눈이 함박눈으로 바뀌면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퍼부어댄다.
족도리바위 젖가슴을 방문하는 계획을 접고 폭설을 뚫고 백운산장으로 급히 탈출을 시도한다.
△갑자기 폭설로 변한 날씨 탓에 백운산장으로 긴급 탈출시도
백운산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쏟아지는 폭설을 피해 하산을 서두르는 이들로 만원을 이룬다.
손바닥만한 크기로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에 길이 미끄러워 고생을 하면서도 다들 즐거워 하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2~30분 사이에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다시 한겨울로 뒤돌아간 풍경,
그동안 꺼내지 않았던 스틱을 꺼내 고정하고 산행채비를 하는데 손가락 없는 반 장갑에 손이 시려
백운대를 제대로 오를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이 폭설에 무리한 백운대암릉 산행을 감행하는 이들이 나뿐이 아니었다는 것~
거의 맨손으로 얼은 와이어로프를 잡으니 손이 떨어져 나갈듯 아파 오고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발을 계속 미끄러지고 암릉 오름길이 바로 반 지옥이 따로없다.
△엄청나게 퍼부어 대는 폭설속의 백운대 오름길은 매우 위험했다
△폭설에 바로 앞의 정상도 보이지 않는다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한산 정상
△염초봉 방향은 가늠만 될뿐...
△힘들게 오른만큼 정상에서 오랜시간에 걸쳐 북한산의 기운(氣)을 온몸으로 받아 들인다
△손은 깨어질듯 아프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그만 넋을 잃었다
△설국으로 변환 여우굴 가는길
△내려가는 길 또한 험난하다
△폭설에 인적이 끊긴 정상
뜀바위 아래에 있는 테라스로 내려가 폭설을 피해
커피를 한잔 따라 마시며 휴식을 좀 취하려고 했는데 발목까지 빠지는 눈이 쌓인
암릉을 내려간다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으로 아이젠을 착용하고 철수를 결정,
△폭설을 뚫고 용감한 동지(?) 한분이 힘들게 백운대를 올라 오신다
△조심스러운 하산길
△자칫 미끄러져 저 난간사이로 몸이 빠지면 가족들과는 영원한 안녕이다~
△그래도 눈이 녹아서 샘물처럼 흐르는 곳이있다
△미끄러운 마의 구간을 내려와서...
△풍경
갑자기 쏟아진 폭설에 조금은 당황스럽고 손이 시려워 고생스럽지만
우연히 마주한 대자연이 주는 선물을 맘껏 느끼기로 하고 좀더 걸어서 용암문으로 하산을 잡고
운행을 하는데 사진상으로는 모두 담을 수 없었지만 펼쳐지는 풍광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올 겨울은 눈 한번 제대로 밟지 못하고 이렇게 지나가나 했는데
나의 서운한 마음을 자연이 헤아리기라도 했는지 3월을 단 하루 앞두고서
이런 큰 선물을 주시다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풍경
△풍경
일요일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은 사람들은
오늘 이런 행운을 접하지 못했다.
때론 적당한 게으름이 이런 행운을 부를때도 있다는 것~
△노적봉도 눈구름에 뭍혀
△자연에 인공시설물 설치를 반대하는 머루지만 이럴때 이곳에 계단이 없다면 많은 이들이 고생할 것이다
△풍경
△희미하게 윤곽이 드러나 보이는 노적봉
△솜옷을 입은 단풍
△풍경
△용암문으로 하산
△퍼부어 대던 눈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하산길 풍경
△오랜만에 만난 산객들이 반갑다
△아침과는 달리 눈이 내린 산사풍경은 더욱 조용해 보인다
△입산통제가 실시되고 있는 용암문통제소
△뜻하지 않는 대박에 감사하며 즐거웠던 산행을 마무리...
행복은
느끼는 능력이지
찾아 나설 대상은 아니다.
-헤르만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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