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수도권

칠월칠석 전에 미리 가보는 견우,직녀봉

머루랑 2018. 7. 17. 16:35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모든 것을 다 녹여버리려는 듯하다



     산행일시 : 2018년 7월 14일(토)

     산행코스 : 팔당역~팔당유원지~견우봉~직녀봉(예빈산)~서쪽 지능선~팔당역




       ▲우리집 거실에서 매일 아침 마주하는 일출...멀리 뒤로 보이는 산이 예빈산이고 우측 건물은 테크노마트빌딩이다



        30년 넘게 살고 있던 우리 동네가  재개발이 확정되어 건물 철거공사 중이다.  

        얼마전 가까운 곳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이사를 했는데 거실에서 바라 보이는 한강변의 잠실 롯데타워는

        물론이고 남한산성, 검단산, 백운봉, 예봉산 등이 보이는데 그중에서 단연 ㅇㅇ동물의 형상을 한 예빈산이 눈길을 

        사로 잡는데 오늘은 100년 만의 폭염을 무릅쓰고 그곳으로 산행을 떠나려고 한다.


        높이가 거의 같은 두 개의 봉우리 중

        우측의 것이 견우봉이고 왼쪽의 것이 직녀봉이라 부르는 예빈산이다.



       예빈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앉은 ㅇㅇㅇ의 머리와 두 눈까지 빼어 닮아서

        ㅇㅇㅇ산이라 부르는데 연일 수도권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거의 매일 날아 오지만 더위는 피하는게 아니고 맞서는 것이라는 평소의 신념을 안고

        오늘도 홀로, 동서울~덕소를 오가는 112-1번 시내버스에 올라 천호동과 하남시를 거치서

        팔당대교를 건너자 마자 하차 하여 팔당 유원지까지 도로 옆을 따라 걷는다.




       ▲팔당역 남양주 시립박물관 너머로 예빈산이 보인다



        예빈산을 오르려면 팔당역에서 두 정거장인

         팔당유원지까지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도로옆 갓길을 따라 따가운 했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1.2km를 걸어야 한다. 

         불판처럼 달아오른 도로에서 반사되는 지열이 대단한 길을...




       장마로 인해 강물이 탁해진 한강 건너편으로는 

       한여름의 짙은 신록으로 우거진 검단산이 여름 산객들을 호객하고 있다.   




         길가에 조경용으로 심어 놓은 머루덩굴에서는

         풍성한 가을을 약속하는듯 수많은 머루송이들이 서로 경쟁하며 몸불리기를 하고 있다.

         도로가에 있어서 가을에 검게 익은 열매를 따먹기에는 좀 망설여 지겠지만 말이다.



       ▲주말을 맞아 일찍이 길을 나섰는지 양평방향 도로가 비교적 한산해 보인다



         남한강 자전거 길이 시작되는 팔당유원지 입구 초계국수집에서

         언덕을 직진하여 오르면 예전에 사찰이 있었던 듯한 기와집 건물이 바라다 보이는 산자락 아래에 이른다.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오는 짙은 꽃향기에 주위를 살피니 칡덩굴이 

         길 양쪽으로 뒤엉켜 고운 꽃을 피우고 있다.





        마지막 농막이 끝나고

        마른 건천을 건너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이곳의 주인인 수많은 날파리떼의 습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원래가 이들의 터전인데 인간이 침범을 했으니 당연 통행료는 내어야 하지만

        그것도 견우봉에 거의 도달한 지점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이 성가시게 군다.




         성체에 이르지 못하고 아직은 한창 성장 중인 어린 영지들이

         더러 눈에 보이는 숲길을 성가시게 얼굴에 달라붙는 날파리떼에 손을 휘저어 싸우며

         오르다 보면 작은 암자가 나오는데 여기서 등산로는 암자 직전의 작은 공터에서 우측방향으로 이어진다.


         숲속 덤불에 살짝 가려진 이정표가 보이는데 화살표가 정상의 반대 방향으로 표기되어 있다.

        ※등산로 왼편에 설치되어야 방향이 맞는데...



      ▲작은 암자 직전의 공터에서 우측으로 오른다



       바람 한점 불어오지 않는 장마가 끝난 7월의 숲속은 거대한 천연싸우나로 변한다.

       비가 오듯 흘러내리는 땀에 갈증은 심해지고 발걸음은 점점 더뎌지고...

       더위는 피하는게 아니고 맞서는 것이라고 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산행이 무리다.




       아직 날개가 나오지 않은 여름 숲속 곤충의 우두머리인 여치도

       이 더위가 힘에 부치는 것은 사람과 같은 듯 주변 환경과 같은 보호색으로 무장을 한체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유동이 없다.



      

       강바닥에서 부터 바로 시작하는 600 고지의

       견우봉 오름길은 땀이 많이 흐르는 여름철에는 지옥길로 변한다.

       거리는 짧지만 오름길의 경사도가 심해서 몇 번에 걸쳐서 숨고르기를 해야만 한다. 

 





      거친 숨을 고르며 북쪽 숲 사이를 살피니

      몇 년째 신축공사 중인 예봉산 강우량 관측소 현장이 올려다 보인다.

      타워크레인은 주말에도 공기를 앞당기려 공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더위와 날파리 떼와 싸우며 급경사 오름길을 오르다 보니

       드디어 앞쪽이 훤히 열리며 작은 케언이 하나 서있는 견우봉 정상에 도달한다.

       멀리  검단산과 하남시가 조망되지만 개스로 인해 시계는 좋지 못하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에 땀을 식히며 여유를 갖는다.  




      11시 방향으로는 잠실 롯데타워가 보이고

      강 건너 중앙으로 강변역의 테크노마트 빌딩이 보이는데

      우리 집은 12시 방향의 테크노마트 빌딩에 겹쳐서 보이는 건대입구에 있다.

 

      그 곳에서 이 두 개의 봉우리를 바라보면 

      견우봉과 직녀봉이 ㅇㅇㅇ의 형상으로 보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건대입구에서 견우봉과 직녀봉은 직전거리로 17km이다


       ▲▼견우봉의 케언

      

       일년에 한 번,

      칠월칠석날 저녁에 까마귀들이 놓은 다리인 오작교 위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에 나오는 이야기이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팔당 유원지에서 올라오는 방향인데 경사도가 심하다



       견우봉에 배낭을 벗어 놓고 동쪽으로 20미터 내려가면

        검단산과 양수리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조망 바위가 나온다. 

        여름철이 아니라면 바위에 걸터 앉아 주변 풍광을 즐기기에 좋은 곳인데 여름엔 그늘이 없다는게 흠이다.



       ▲천 만이 넘는 수도 서울 시민의 젓줄인 팔당호반


        ▲우측부터 검단산, 고추봉, 용마산이 차례로 펼쳐져 보인다




      전망바위에 오르면 멀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서로 만나는

       양수리 두물머리가 보이고 아래로는 정약용 다산유적지가 보인다.

       팔당에서 양평을 잇는 도로인 봉안대교 아래 천주교 공원묘지에서 예빈산 산행을 시작하면 

       팔당 유원지에서 오르는 것 보다 힘들지 않게 예빈산을 오를 수 있다.    



       ▲고깔 모양의 승원봉 너머로 팔당호반이 길게 펼쳐져 있다


      ▲양수리와 능내리 일대가 한눈에


       ▲천 만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은 오늘도 서해를 향해 거침없이 흐른다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서로만나 팔당댐을 이룬 후 

       댐의 수문을 빠져나온 강물은 비로소 이곳에서 부터 한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신이나 힘차게 흐른다.

       지금은 장마기간이라 강물이 탁해 보이지만 평상시에는 천만 수도 서울 시민의 젖줄답게 

       검푸른 빛을 띄우고 유유히 서해로 서해로 흘러든다.  




       한 생명체의 희생은

       또 다른 생명체가 살아가는 원천이 된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여름을 제대로 나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 여치의 몸뚱이는

       개미들의 식량이 되는 대자연 세계의 순환...




       ▲35년 전에는 벽돌공장만 몇 개 있었던 하남이 이렇게 아파트 숲으로 변했다




        ▲전망대에서 다시 견우봉으로 돌아와...


       ▲케언 상부에는 하늘을 향해 기어오르려는 거북이가 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그늘이 별로 없는

       견우봉을 둘러싸고 마삭줄이 사방으로 빙둘러쳐져 자라고 있다. 



       ▲견우봉을 내려서서 직녀봉을 향해 가는 암릉길


       ▲운길산 아래로 신양수대교와 양수리가 조망된다


       

      

       팔당대교 아래의 강물은

       흐름이 없는듯 보여도 물살이 아주 빠르게 흐르는 위험한 곳이다.



       ▲직녀봉 너머로 아직도 공사 중인 예봉산 강우량 관측소가 보인다


      

       예전 특전사 복무시절

      기본 낙하훈련을 했던 한강변 미사리일대가 이렇게 변모했다.

      그 드넓은 모래 백사장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음식점 등 온갖 시설물들이 자리를 했다.



       ▲해는 한낮보다는 조금 기울었으나 목줄기가 따갑기는 매 한가지...



       어떤 사물을 가까이 하면 그 사물을 닮게 된다. 

       산에서 사는 사람은 산을 닮게 되고, 강가에서 살면 강을 닮는다. 

       꽃을 가까이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 같은 삶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의 조화이다. 

       나는

       언제나 내어 주기만 하는 산을 닮고 싶은데...



       ▲직녀봉 가는 길 우측은 낭떠지라 보호책을 세워 놓았다 



      이 무렵 어느 산을 가건

      흔히 보이는 여름의 꽃이 털중나리와 노란 원추리인데

      예빈산을 산행하면서 한 개체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실로 유감아닌 유감이다.

      평소 흔하게 마주했던 것들이 보이지 않아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다는~





      우리집 거실에서 한강과 롯데타워 뒤로는 남한산성이

       검단산의 좌측으로는 견우, 직녀봉과 예봉산이 성벽처럼 길게 바라 보이는 곳이라

       매일 아침 해가 뜰 때마다 견우봉과 직녀봉을 향해 조용히 기도를 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검단산과 팔당대교


       ▲팔당대교와 하남시 일대


       ▲학창시절에 많이 사용했던 만년필용 파이로트 잉크를 닮은 하늘빛이 좋다


      ▲직녀봉의 포토존엔 두 개의 배낭만이...




       아무 생각없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새삼스럽게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또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것일 수도 있는...



       ▲자리를 선점한 이들이 비켜주지 않아 액자에 그림을 넣지 못하네~ 



       ▲하산길의 노송 한그루


       ▲광우량 관측소 시설물 공사 중인 예봉산 정상부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슬퍼서 웁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미가
                                     얼마 못 산다고
                                     악을 쓰며 웁니다.


                                     매미야, 뚝!
                                     그렇게 울다가
                                     힘 다 빠지면 어떡해?
                                     더 빨리 죽으면 어떡해?


                             <매미 / 김미희, 아동문학가>







       전망바위



       ▲팔당유원지



       ▲수도 서울의 명산인 북한산의 주능선이 길게 펼쳐져 있다




       ▲한강이 보이는 풍경



       아름다운 세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그걸 우리가 볼 줄 몰라서, 또는 가까이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날씨는 덥지만 하늘은 맑아서 아주 좋음


      ▲간간이 숲사이로 한강이 보이는 풍경




       ▲숲의 정적을 깨우는 털매미 소리만 가득한 하산길이 즐겁다


       ▲더위에 산객들도 보이지 않는 예봉산 정상엔 타워크레인의 움직이는 모습만 보인다 



       이렇게 폭염이 내리는 주말을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위를 마중하기 위해 찾았던 예빈산 ~ 예봉산 ~적갑산 ~갑산 산행계획은 여기서 수정을 하여

       폭염속에 무리하지 않고 견우봉과 직녀봉을 산행하는 것으로 끝내고

       일찍 팔당역으로 하산을 하기로 결정한다.



       누구를 위한 산행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산행이기 때문이다.



       ▲팔당역으로 하산하여 올려다 본 예봉산


 






 


 

 

<참나리/손정모>


해마다 여름이면

진주

새벼리 절벽

참나리 꽃 눈부시다.


진달래 알고부터

눈에 익은 꽃물결

물안개에 떠밀려

강물에도 굽이친다.


기다림 부질없던 날마다

살며시 입술 깨물며

눈물져 흐느끼던

    순수한 영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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