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백무동~참샘~장터목~천왕봉~법계사~망바위~중산리
가을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지리가 보고 싶어졌다.
먼저 설악을 다녀오고 나서 지리를 가려고 했는데...
9월 6일(목) 동서울에서 24:00시에 출발하는 백무동행 시외버스를 예약하는데 달랑 1명만 예약이 되어있다.
아마도 내일이 금요일인데 가을비가 전국적으로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다들 우중산행을 망설이는 것 같다. 출발하기 전날 확인해 보니 7일(금) 밤에 출발하는 버스는 만차.
23:40분 집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에 내리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어짜피 지리산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것을 알고도 출발하는 것이기에 망설임은 없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 보다는 유쾌하지 않다. 과연 배낭을 짊어진 사람이 몇 명이나 승차를 하나 출입문을
주시를 하는데 이런, 모두 일반승객들 뿐이고 산행을 하는 사람은 전체 9명의 승객 중에 나혼자 뿐이다.
2년 전 7월에도
다른 여섯명의 산객들은 모두 하동바위 방향으로 오르고
나 혼자서만 한신계곡에서 세석으로 야간산행으로 오른 적이 있는데 오늘도 꼭 그렇다.
그래도 그때는 오늘같이 비는 내리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3시간 45분여를 달려 백무동에 내리니 아직까지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화장실에 들러 산행채비를 하려는데 화장실 입구에 털매미 만한 여치들이 버글버글하다.
아마도 차가운 비를 피해서 수풀에서 화장실로 날아든 것 같은데
머리위에도 배낭위에도 마구 기어오른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04:00에 나홀로 하동바위로 산행을 시작.
비는 쉼없이 계속 내리고
습한 날씨에 우의까지 입었으니 땀인지 빗물인지 도무지 가늠 할 수 없는...
초반부터 시작되는 오름길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참샘에 도착하는데 몸이 힘들어 한다.
간식을 들며 숨을 고르는 중에도 계속하여 비는 내리지만 하늘이 훤하게 밝아오기 시작해
이제부터는 헤드랜턴을 끄고 다시 외로운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지만
구름이 빠르게 하늘로 오르면서 간간히 장터목대피소의 모습도 보인다.
▲가을비가 반가운...
▲많은 개체수의 과남풀(용담)이 보이는데 만개까지는 아직 멀었다
▲발밑이 미끄러운
▲과남풀이 만개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인데
▲숲이 수채화를 그려내기 시작을 하고있다
▲홀로 걷는 길에서 꽃과의 눈맞춤
▲올해 지리산의 마가목 농사는 해거리를 한다
▲투구꽃도 반겨주는
얘네들도
예쁜 우산을 펼쳐들었다.
차가운 가을비에 젖는게 싫어~♬
▲주인을 기다리는 많은 빈자리들...
▲구절초와 고려엉겅퀴 ▼
장터목대피소 취사장에 들어서니 모두 다섯분의 산행객이
식사를 끝내고 막 출발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만 보일뿐 그외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겉히는듯 하더니 다시 산허리를 감아돌아 대피소앞 계단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드리워져 정상에 올라도 아무 것도 조망 할 수 없을 것 같기에 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끓여서 마시며 느긋하게 구름이 겉이기를 마냥 기다린다.
장터목에서 장장 1시간 20여분 동안을 기다린다.
완전히 구름이 겉힌 것은 아니지만
오르다 보면 개일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정상을 향해 천천히 계단길을 오른다.
△지리에선 동자꽃도 귀하게 보인다
가을비가
그려내는 수채화를 전세내어 감상하는
영광을 내게 주시다니~♪♬
등로 양옆으로
예쁜 가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데
모두에게 눈맞춤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제석봉 고사목지대 수채화도 수작이다.
가을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이 작품도 감상하지
못할 뻔했다.
차가운 가을비를 맞으며
새벽길을 달려온 보람을 비로소 느낀다.
고생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진리...
▲제석봉 전망대 부근의 발자국화석
▲망부석은 누구를 기다리나...
▲가을의 첨병
오늘,
가을비가 내리지 않고
날씨가 맑았다면 결코 마주 할 수 없었을 풍경들...
사실 이런 것들이 고마운 것이다.
사물을 대하며
각자 느끼는 감정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풍경들을 참 좋아한다.
화려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화려한...
▲취꽃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관계로
시시각각 빠르게 풍경들이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활동영화를 보는 것 같은...
▲하동시내 방향으로는 햇살이 비추인다
▲이건 잘 그린 수묵화이다
통천문 입구의 시들은 오이풀을 찍기 직전에
모래가 뭍은 신발이 바위에 미끄러지며 카메라를 든 오른손목이 조금 까졌다.
고맙습니다.
이 정도로 액땜을 해서~ㅋ
카메라도 괜찮고...
▲남들과 똑같은 그림은 싫다~
▲익숙한 풍경들이지만 같은 구도로 찍기는 싫어
▲아홉 번을 기절했는지 꽃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천왕봉 오름길은 온갖 들꽃들의 천국
▲정상에서의 조망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앞선다
등로옆 바위에 올라
대형 산불처럼 번지는 구름을 감상한다.
중봉을 타고 엄청 빠르게 산등성이를
넘어선다.
▲지리산 중봉에 대형 산불이 났다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정상이 조망된다
장터목에서 천왕을 향해 오르며
단 한 사람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정상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완전 대박이다.
민족의 영산인 천왕봉에 이런 날도 다 있나?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는 정상에서
똑바로 서 있기가 곤란 할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으니 셀카봉으로 겨우 한장을 남기고는 서둘러
정상석 뒤로 내려가니 바람 한점 불지 않는 무풍지대이다.
▲강풍의 영향인지 초 단위로 빠르게 변하는 풍경
강풍이 불어오는 정상에서 50분 가까이 쉬는 동안
천왕봉을 경유해 내려간 사람들은 모두 합해도 7~8여 명밖에 안되는 적은 숫자이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나는 내려가기가 싫은데, 다른 사람들은 정상석에서 증명사진 한장씩 남기고는
한결같이 바람을 피해 서둘러 장터목으로 내려간다.
바위에 올려 놓은 빵부스러기를 보곤
왜 자리를 비켜주지 않느냐고 까악까악 거리며 시위를 한다.
천왕봉의 주인은 저라며...
간밤에 내린 비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지고
하늘이 맑게 개이면서 따가운 가을 햇살이 내리쬔다.
수채화 그림도 함께 사라지며...
▲정상에서 한참을 쉬다가 헬기장으로 내려와 본다
▲어느덧 강풍도 잦아들고 서서히 가을의 제 모습을 되찾아 간다
▲중산리로 하산하며 올려다 본 천왕봉 동측은 들꽃밭이다
고맙다.
최고의 영산 지리야
많은 것을 아낌없이 내어 보여 주어서...
◈중산리에서 원지 및 진주행버스 시간표
●요금 : 4,800원 ○원지까지 소요시간 : 45분 ○진주 : 1시간
●오후 시간표 : 12:20 13:40 14:50 15:50 17:15 17:50 19:00 19:40(막차)
▲법계사에서 망바위로 하산
천왕봉 너머엔 다시 더 높은 산이 없구나
이 산을 중국 땅에 옮겨놓아도 지상에서 우뚝하리니
뭇 봉우리가 백두에서 달려오다가 한 맥이 바닷가에 우뚝하게 그쳤도다.
팔만 개의 신비한 봉우리가 이 산에서 멈추었네
무릉도원이 이곳에서 열렸구나.
구애됨도 없고 얽매임도 없어라, 몸은 날아갈 듯하고 정신은 씻은 듯하네
두류산에서 논을 매고 화전을 일구리
이런 태평성세에도 속세를 도망쳐 온 이가 있는 겐지
이 땅의 원기가 이곳에 다 모였구나.
쌍계동은 인간세상과 같으리
명산에서 나는 것은 모두 보배롭고 기이해라
이 산은 선현과 함께 천추에 전해지리
천만 겹의 아름다운 지리산이 내 마음에 펼쳐져 있네.
방장산에서 태어나 늘 그 속에서 노닐었네
지팡이 하나 나막신 한 켤레로 이 산에 올랐네
남명 선생이 남긴 운치 아직도 느낄 수 있어
우리 인생은 어느 곳에서 온 것인지
공자는 태산에서 안목을 넓혔다지.
"선인들의 지리산 기행시"에서...
'<山이 좋아서> > 기타 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록하지 못한 산행사진 몇 장 (0) | 2019.10.17 |
---|---|
태백산 일출 (0) | 2017.12.03 |
지리산 천왕봉 (0) | 2015.09.16 |
지리산(백무동~한신~대원사) (0) | 2015.07.05 |
미완의 계룡산종주 (0) | 2014.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