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코스 : 백무동~한신계곡~가내소~세석~촛대봉~장터목~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유평리~종점(25km)
(03:45) → (04:30) (07:05) (07:30) (09:45) (10:48) (11:20) (12:300) (13:10) (16:20) (17:05)
◈ 산행일시 : 2015년 07월 02일 (목) 03:45~17:05 (휴식포함 13시간 20분) 급할 것 없는 느긋한 산행
방학을 맞아 이번 주에도 역시 설악으로 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아들과 같이 지리산 종주를 한 것에 자극 받아 갑자기 지리가 보고 싶어져 계획을 급변경.
그러나 나는 종주가 아닌 당일치기로 한신에서 대원사로 내려오는 25km 반종주다.
출발 4일 전에 인터넷으로 1일 밤 24시에 출발하는 지리산행 버스표를 예약하는데 예약한 이가 한사람도 없네.
출발하는 날 확인해 보니 나를 포함 겨우 7명 뿐이다.
터미널이 집에서 두 정거장이라 25분 전에 집을 나서도 항상 여유있게 탑승을 하는데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으니...지하철 운행이 서서히 끝나가는 24:00인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건대역 개찰구를 들어가는데 잠실방향 지하철이 막 출발하고 있어 다음 열차를 타려고 10분을 기다려도
지하철이 들어오는 기미가 없다. 택시를 타고 가려고 다시 개찰구를 빠져 나왔는데 에스컬레이터는 왜 이리 느린지...
시각은 이미 출발 10분 전인데 평소에 그 많던 택시들은 다 어디로 가고 반대편에만 줄지어 서 있고...
택시기사님의 기지(?)로 겨우 출발 3분 전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 승차권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뽑아 손에 쥐고서
다시 승강장 맨 끄트머리에 위치한 34번 홈을 찾아 우샤인볼트와 비슷한 속도로 내달린다.
아이고, 지리산 산행을 하기도 전에 이미 반은 지쳐버렸다~
△서쪽 하늘이 먼저 밝아온다
백무동,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보니 벌써 백무동인데 동서울에서 3시간 30분이 걸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보니까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어 그렇게 어둡지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역시 오산! 달이 이미 넘어갔는지 산에 가려있는지 캄캄하다.
버스에서 내려 각자 헤드랜턴을 챙기는 등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하고 서서히 출발하는데
한신계곡으로는 과연 몇 명이나 갈지 궁금한 마음에 속도를 늦춰 천천히 선두로 걷는데 따라오는 기척이 없다.
뭐 어려서 부터 밤길을 걷는데는 아버지를 닮아 이골이 나있는 머루지만
그래도 큰 산을 밤에 홀로 걷는 것 보담 길동무가 하나쯤 있음 더 좋은데...
며칠 전, 비가 내렸는지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울리는 한신계곡을 얼마나 걸었을까.
이 계곡에 오직 나 혼자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다들 한신계곡 보다는 수월한 하동바위로 올라 간 것이다.
가내소 폭포는 어둠에 가려있어 울리는 물소리만 들려올 뿐 가늠이 되지 않는데
04시 35분이 넘어서자 어둠이 서서히 가시며 온갖 새들의 합창이 물소리를 잠재워 버린다.
△아직 완전한 빛은 아니지만 사진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한다
△한신계곡의 크럭스는 지금부터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최고의 츨력을 내듯 서서히 출력을 높이는 중이다
△가내소 폭포를 지났으니 이건 오내용(?) 폭포인가~?? 입으로 물줄기를 내뿜는 용같다.
세석을 1km 남기고 부터가 한신계곡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새벽 잠을 설친데다 서서히 피로가 몰려오는 싯점에 만난 된비알은 인내심을 시험한다.
걷고 또 걷다 보면 이내 능선에 다다르겠지만...
△숲에는 온갖 새소리 뿐...
자연과 나만의 대면의 시간,
나는 이런게 좋다.
△서로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숲
△드디어 세석능선에 오른다
△아침 식사는 장터목에서 할 것 이기에 세석은 패스
△능선에 오르니 자켓을 걸쳐 입어야 할 정도로 춥다
△풍경
△촛대가 없는 촛대봉
△저멀리 백두의 끝 지리의 머리가
△운해를 기대했는데 운해는 없고 파란 하늘만
△청학동 방면
△지나온 촛대봉
△정상을 향하며
정상에도 운해는 없으니
파란 하늘 그림이나 실컷 보라하네~
△파란 하늘빛은 가을을 닮았다
△장이 파하고 한산한 장터목
장터목산장의 취사장은 동계절이 아니라 폐쇄되어 있고
산장 밖의 평상은 바람이 차갑게 불어서 등로를 따라 조금 오르다 산장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위의 바위에 올라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이곳은 등산로에서 비켜나 있어서 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이용하는 곳이다.
바위 끝쪽으로 나아가면 산장에서 바로 보이기 때문에 안쪽으로 들어와 앉아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꾸리려고 보니
가까운 바위에 람쥐가 따뜻한 바위에 배를 길게 깔고서 졸고 있다.
카메라 셔터소리에 놀란 어린 람쥐가 고개를 쳐들고 졸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유명했던 제석봉의 고사목지대가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27년 전 산행 때 고사목 지대의 모습
△예전 화마의 상처를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제석봉
△제석봉 전망대
△통천문을 지나면 곧 정상이다
△중산리 방향
△살아서도 죽어서도 풍경~
△평일이라 그런지 아주 한산하다
△지나온 길
△겨울철에는 멋진 설화를 연출해 주던 나무였는데...
△제석봉
△중간에 만난 사람이 정상에는 사람들이 없다고 헸는데?
천왕봉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하산 길 부부의 말과는 달리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이는 것이다.
정상에 오르니 중산리쪽에서 마치 장날 장에 가는 인파처럼 줄지어서 사람들이 올라오는데 하나 같이 모두
청색 운봉복 차림이라 물어보니 진주체고의 학생들이 천왕봉으로 등산을 왔단다.
무려 2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좁은 정상이 너무 복잡하고 위험해 보여 인증샷도 없이 바로 중봉으로 향한다.
△지금부터 27년 전인 1988년 4월 종주 때의 사진(정상석이 기울어져 있다)
△노고단 방향
지리산에 오면 항상 중산리 방향이나 백무동으로 하산을 잡았는데
오늘은 27년 전의 지리 첫종주 때의 옛추억을 더듬어 보는 뜻으로 두 번째 치밭목으로 내려간다.
길은 예전이나 변함없이 그대로 인 것 같은데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만 변해있다.
청년에서 서서히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환갑의 중청년(?)으로~
△천왕봉 근처에 산 해당화가 피는 줄 처음 알았다
△막 지려는 산 해당화가 예쁘다
△지나온 천왕봉은 그저그런 평범한 산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지리에서 두 번째인 중봉
△중봉에서 동쪽으로
△덩굴을 헤치고 써리봉으로
△앞 능선이 써리봉이다
△중산리 방향
△풍경
△풍경
△풍경
△나무 그늘아래 쉬면서 신발에도 산소공급 중~
△저 구상나무 앞의 바위 위가 1인용 명당자리다(조망최고)
△저길 넘어서면 써레봉
△능선 안부의 하얀 점이 치밭목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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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천왕봉 머리에 작은 구름이 걸리고 있다
△치밭목으로 가는 길
△치밭목산장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도 4월초, 직장의 형님과 같이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 대원사로 처음 지리종주를 했을 때인 27년 전 사진이다.
그 당시는 시멘트에 돌을 쌓아 올린 건물이었는데 이렇게 바뀌었다.
마당 앞의 고사목도 없어지고 운치는 예전만 못하다.
봄비를 흠뻑 맞으며 화엄사 계곡을 통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노고단을 오르는 일은 정말 지옥 같았다.
석유버너에 쌀, 통조림, 부식 등을 잔뜩 넣은 배낭 무게로 인해 양어깨는 빠질 듯이 아파오고
비와 땀에 젖은 몰골들은 불쌍해 보이기 까지했다.
그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 일부러 치밭목을 찾아왔는데
그 형님은 사전 연락도 없이 오래 전에 다른 세상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셨다.
옛 건물이 그대로 있었으면 나는 이곳에서 하루를 묵었을 것이다.
△나무그늘 아래서 홀로 식사를 하는데 옛 추억이 떠오르며 목이 매여 온다
치밭목대피소는 지리산 국립공원내의 다른 대피소들과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리산 대피소 중 유일하게 예약을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1인당 숙박료는 5,000원이며 이 지역에서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지루하고 지리한(?) 유평리 하산길이 시작된다
△하산길 첫번 째 다리 건너편에 있는 샘은 물맛이 좋다
△착한 손~~
△산수국이 지천인데 아직 이르다
△조록싸리에 까치수영도
△계곡 아래의 무명폭포
△앞으로도 갈 길이 태산이다
△다래는 머루를 기다리고~
△다시 지리의 머리를 올려다 보고
예전에 걸을 때는 숲이 우거지기 전인 4월초에 산행을 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오늘처럼 덩굴을 헤치고 어렵게 진행했던 구간 기억이 없다.
그때도 유평리 까지의 긴 하산길이 좀 지루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오늘은 정말 지루했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니 길이 더 좋아졌어야 하는데 일부 구간은 덩굴에 가려있어
길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치밭목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왜? 기억을 더듬을 추억이 있으니까...
△유평마을 덕천강가의 수영하는 오리
△당장 몸을 담그고 싶도록 맑은 덕천강
유평마을로 내려서니 도로를 말끔하게 새로 포장해 놓았는데
언제 포장공사를 했는지 아직도 아스팔트 바닥이 뜨겁고 신발이 쩍쩍 소리를 내며 달라붙어 곤욕이다.
햇볕에 달구어진 몸에 금방 포장한 아스팔트에서 내뿜는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지니 얼굴이 익을 지경이다.
대원사 입구에 내려오니 아스팔트 포장공사가 한장인데 바닥에 뿌려진 검은 콜타르 때문에
도로를 따라 내려갈 수가 없으니 도로 밖으로 나가 걸으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대원교를 지나서 종점까지도 도로공사 때문에 길이 파헤쳐져 있고 공사에 동원된
대형 덤프트럭들이 달리며 일으키는 흙먼지와 땀에 젖은 얼굴은 엉망이다.
△대원사 일주문
△원지 간이버스정류장
대원사를 거쳐서 종점으로 내려오면 진주행 교통편이
14:30, 15:40, 16:40, 17:50, 18:40, 19:30(막차) 가 있는데 진주까지 1시간이 소요되며 요금은 5,400원이다.
그러나 목적지가 서울이나 인천, 전주 등지면 진주터미널 까지 가지말고,
중간 간이정류장인 원지터미널에 내려서 진주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를 기다렸다 승차하면 된다.
종점에서 원지까지는 40분이 소요되고, 원지에서 진주까지는 20분이 걸린다.
즉, 예를 들면 종점에서 17:50분에 출발한 진주행 일반버스를 타고 원지에 내리면 18:30분이고
진주까지 가면 18:50분인데 진주에서는 서울행 버스가 18:3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원지에서 20분만 기다리면 진주발 18:30분 우등고속을 탈 수가 있는 것이다.
종점에서 출발하는 모든 시간대 버스가 원지에 도착 후, 20분 후에 진주발 서울행 버스가 원지에 정차 한다고 보면 된다.
식당과 버스표 매표를 겸하고 있는 종점 매점에 부탁을 하면
원지행 일반버스표와 원지~서울행(남부터미널) 우등고속 버스표 두 장을 함께 끊어준다.
서울 남부터미널까지는 정확히 3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