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등산로및 계단을 덮은 눈 폭탄은 얼어 붙어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기대를 걸었던 구름다리는 사라지고 안전 그믈망만 덩그러니...>
<매서운 칼바람 홀로 맞으며 목포쪽 서남해를 바라보는 저 바위는 무슨 명상에 잠겼을까~~>
<월출산 명물 남근석- 19세 미만은 보지 마셈!! 조금 덜 미안하게 옆으로...>
<미성년자 접속금지...남근석과 음굴은 900미터가량 떨어져 서로 마주보고 있다>
<월출산은 기암 군락의 산이다. 흰 밀가루 잔뜩 뒤집어 쓴 암벽의 윤곽이 더욱 뚜렸하게 살아있다>
<도갑사 방향 구정치에서 바라본 천왕봉 정상모습...능선 기저부를 따라 등산로가 있다>
<나뭇가지에 핀 설화가 꽃보다 아름답다>
<천왕봉 정상/ 해면에서 바로 시작되는 표고는 대단하다>
...전날 서울에서 해남까지 운전을 하고 두륜산행까지 한 터라 늦잠을 잤다.
식당겸 민박을 하시는 뚱~띠 아줌씨의 걸쭉한 남도 사투리 땜시(?)잠 못이룬 밤 이었다.
혼자 왔느냐, 어디서 왔느냐, 나이는 몇이냐, 산에 많이 다니니
밤에 쓸만 하겠다는 등등...찐~한 태클을 걸어온다.
이곳에는 여자들 밖에 없으니 잠잘 때 문 잘 잠그고 자란다.
안 그러면 여자 넷이 쳐들어 온댄다.(오메 무셔워라)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왠 남자 하나가 슬며시 문을열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 가더니 무엇인가 잔뜩 들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 꿈속에서 깨어 방안을 살피고, 출입문을 확인하고 나니,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저녁에 아줌씨들이 쳐들어 온다는 말에 "순진 아자씨"가 그만 꿈을 꾼 것이다.
선잠을 자서인지 영 입맛이 없다.
북어국을 주문 했는데, 세상에 반찬을 세어보니 모두 열다섯 가지나 된다.
도대체 얼마짜리 식사 이길래 찬이 이리도 많나 메뉴판을 보니 가격 표시도 아예 없다.
서빙 아줌마 다가와 간장게장 먹어 보라며 권한다.
원래 비린것과 짠것을 싫어 하기도 하지만....
몇개 집어 보지만 별맛을 모르겠다. 자꾸만 간장게장이 맛있다며
맛 볼것을 채근하는 아줌마 속셈을 금방 알았지!!
카운터 옆 벽면에 커다랗게 붙여 놓은 <간장게장 판매 1킬로그램에 18,000원!>
...지난번 내린 폭설의 상처가 월출산 등산로 곳곳에 드러난다.
팔뚝 굵기의 대나무숲이 꺽여져 흰 눈속에 파묻혀 버렸다.
붉은 꽃망울을 잔뜩 매단 동백꽃나무 가지도 폭설을 피해갈 수 없었다.
자연적 현상 이지만 마음이 아픈것은 어쩔 수가 없다.
술취한 난봉꾼이 큰 칼을 마구 휘두르며 숲길을 헤집고 지나간 형상이다.
좁은 등산로를 벗어나 발을 헛디디면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속을 조심 조심 오르는 길은
평소보다 몇배나 힘이들고, 산꾼하나 만나지 못하는 산길엔
적막강산이 따로없다.
멋진 설경사진 찍을 욕심에 힘을 내어 오른 시루봉에는
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3월말까지 교체 공사중" 이라는 조그만 팻말만이 힘빠진 나를 맞는다.
너무나 허무 하기도 하고, 공원 관리공단의 무성의한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
(누군가가 천황사 못미처 이정표에 붙여 놓은 공사 알림판을 떼어 버렸음...)
눈이 1미터 이상 쌓여 수십미터의 미끄럼틀로 변해버린 구름다리밑 계곡길이 엄청 위험하다.
힘은 힘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한 사람의 장난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험속에 노출되어 고생을 하였는지.....
허리까지 눈속에 빠진 흔적들에는 원망만이 가득 고여 있었다.
바람폭포에서 처음 만난 산님하나!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를 건네며 보니
제주도에서 혼자 오셨다는 여자분 이시다.
"속리산에도 눈이 많냐고" 물어와 깜짝 놀랄 수 밖에...
아니 내 고향이 속리산 이라는 것을 말 몇마디 밖에 건네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았을까...?? 속으로 잠시 당황해 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속리산으로 가고
자기는 너무도 이곳에 오고 싶어서 혼자 왔다나~ㅎㅎ
굽이 굽이 능선마다 기묘한 형상의 온갖 수석들을 다 모아서 전시해
놓은 듯 한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딱히 내세울 만한 것보다는 산,
월출산 그 자체가 바로 하나의 수석공원이다.
보름달빛 받으며 각자 잘난멋 뽐낼 바위들, 달빛 그림자
길게 받은 그 자태를 보지 못함이 아쉽다.
매운 바람 몰아치던 천왕봉 정상에서 뜨거운 커피한잔 건네 주시던 금릉골
경포대에서 찻집을 운영 하신다는 내 또래의 젊은(?)부부....
구정봉 향하다 만난 담배 한개비 청하던 아자씨....
향로봉까지 갔다가 다시 천왕봉으로 귀로하다 또다시 만난 그 아자씨!
두번째 만난 인연으로 서로 반갑게 맞는다.
월출산 능선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통제 등산로등 많은 정보를 주신다.
좋은사진 많이 찍었냐고 물어도 오시고, 정상에서 기어코 담배 한대 얻어 피웠다는 등
오랜 친구마냥, 귤과 쵸쿄릿을 서로 건네며 건강 하시라는 말과 함께
악수를 나누는 손길엔 산꾼들만의 정감이 흐른다.
아저씨! 건강을 위해 산에 다닌다면서 해로운 담배는 왜 피우세요.
담에 만날땐 담배 끊은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나요~~
.
.
.
~~저녁에는 또 다시 밤길을 달려서 무주까지 간 다음
3일째 행선지인 덕유산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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