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의 단상/이해인>
<잠수교 남단,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공사현장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이 참으로 곱다>
<1>
어려서부터
나는 늘
해질녘이 좋았다
분꽃과 달맞이꽃이
오므렸던 꿈들을
바람 속에 펼쳐내는
쓸쓸하고도 황홀한 저녁
나의 꿈도
바람에 흔들리며
꽃피기를 기다렸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도는
이별의 슬픔을
아이는 처음으로 배웠다
<2>
헤어질 때면
"잘 있어, 응" 하던 그대의 말을
오늘은 둥근 해가 떠나며
내게 전하네
새들도 쉬어가고
사람들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시간
욕심을 버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
문득 아름다운 오늘의 삶
눈물 나도록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견디고 싶은 마음이
고마움이 앞서네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야 내일의 밝은 해를 밝게 볼 수 있다고
지는 해는 넌즈시 일러주며
작별 인사를 하네~~
<해질녘의 단상/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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