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해질녘의 단상 (이해인)

머루랑 2008. 9. 17. 14:12

 <해질녘의 단상/이해인>

 <잠수교 남단,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공사현장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이 참으로 곱다>  

 

 

 

 

 

 

<1>

어려서부터

나는 늘

해질녘이 좋았다

 

분꽃과 달맞이꽃이

오므렸던 꿈들을

바람 속에 펼쳐내는

쓸쓸하고도 황홀한 저녁

나의 꿈도

바람에 흔들리며

꽃피기를 기다렸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도는

이별의 슬픔을

아이는 처음으로 배웠다

 

 

<2>

헤어질 때면

"잘 있어, 응" 하던 그대의 말을

오늘은 둥근 해가 떠나며

내게 전하네

 

새들도 쉬어가고

사람들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시간

욕심을 버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

문득 아름다운 오늘의 삶

눈물 나도록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견디고 싶은 마음이

고마움이 앞서네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야 내일의 밝은 해를 밝게 볼 수 있다고

지는 해는 넌즈시 일러주며

     작별 인사를 하네~~

 

   <해질녘의 단상/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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