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여름 한철// 어떤 마을// 칸나꽃밭// 개구리 소리// 쓸쓸한 풍경// 가을 사랑// 가을밤// 낙엽// 아무도 없는 별// 저녁 무렵// 시든 국화// 다시 가을// 억새>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봉숭아//
|
여름밤 깊고 깊어 근심도 깊은데 먼 마을의 등불도 흔들리다 이울고..
여름 한철//
동백나무 묵은잎 위에
새잎이 돋는 동안
아침 창가에서 시를 읽었다
난초잎이 가리키는 서쪽 산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바로 세우지 못한 나랏일에 마음 흐렸다
백작약 뿌리를 달여 먹으며
견디는 여름 한철
작달비 내리다 그친 뒤에는
오랜 해직생활에 찾아온 병은
떠날 줄을 몰랐다
여름밤 깊고 깊어 근심도 깊은데
먼 마을의 등불도 흔들리다 이울고
띠구름 속에 떴다 지는 까마득한 별 하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어떤 마을//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절정에 이르렀던 날의 추억이 너를 더 아프게 하리라 칸나꽃밭
칸나꽃밭//
|
칠흑 어둠에 덮인 산골짝 다락논 옆을 지나는데 개구리 소리 천지에 가득하다 개구리 소리// 개구리 소리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칠흑 어둠에 덮인 산골짝 다락논 옆을 지나는데
개구리 소리 천지에 가득하다
점점 차가워지는 시간
칠흑 어둠에 덮인 산골짝 다락논 옆을 지나는데
개구리 소리 천지에 가득하다
점점 차가워지는 시간 속에 잠기어 목만 내놓은 채
개구리들이 이렇게 울어대는 건
막막함 때문이리라
너도 혼자지 너도 무섭지 이렇게 서로에게 물으며
그래 그래 그래 그래 대답하는 소리 가득하다
어둠 속에서 한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외로움을
이기려는 소리 너도 아직 살아 있구나
너도 그렇게 견디고 있구나
그래 그래 서로 대답하며 울음의 긴 끈으로
서로를 묶어놓는 소리 밤새도록 가득하다
쓸쓸한 세상// |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가을 사랑//
|
불을 끄고 누워도 꺼지지 않는 가을밤 등잔불 같은 그대 생각
가을밤//
그리움의 물레로 짓는
그대 생각의 실타래는
구만리 장천을 돌아와
이 밤도 머리맡에 쌓인다.
불을 끄고 누워도
꺼지지 않는
가을밤 등잔불 같은
그대 생각
해금을 켜듯 저미는 소리를 내며
오반죽 가슴을 긋고 가는
그대의 활 하나
멈추지 않는 그리움의 활 하나
잠 못 드는 가을밤
길고도 긴데
그리움 하나로 무너지는 가을밤
길고도 긴데
흔적없이 헤어지자 오늘 또다시 떠나는 수천의 낙엽! 낙엽...
낙엽//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
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
고요히 되가져가자
허공에 찍었던 발자국 가져가는 새처럼
강물에 담았던 그림자 가져가는 달빛처럼
흔적없이 헤어지자
오늘 또다시 떠나는 수천의 낙엽
낙엽
아무도 없는 별에선 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
아무도 없는 별// |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저녁 무렵//
시든 국화//
|
|
다시 가을// |
저녁호수의 물빛이 억새풀빛인 걸 보니 가을도 깊었습니다
억새//
|
도종환
- 출생 - 1954년 9월 27일
-
출신지 - 충청북도 청주
- 직업 - 시인
- 학력 - 충남대학교대학원
-
데뷔 -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 시 '고두미마을에서' 발표
- 경력 -
- 2008년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2006년 7월 제4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 수상 -
- 2006년 거창평화인권문학상
2006년 올해의예술상 문학부문
- 위키백과 -
-
도종환(1954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충북 청주에서 출생하였고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상하였다.
시집에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산문집에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등이 있다.
'<詩 휴게실> > 도종환,안도현,김용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종환의 사랑詩 (하) (0) | 2008.12.19 |
---|---|
도종환의 봄詩 (상) (0) | 2008.12.19 |
도종환의 봄詩 (하) (0) | 2008.12.19 |
도종환의 꽃詩 (0) | 2008.12.19 |
도종환의 겨울詩 (0) | 2008.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