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길들 (김수영)

머루랑 2009. 3. 2. 15:43

 

 떠나는 것들은 커브를 그린다. 보내는 것들도 커브를 그린다

 

 

 

 

 

 

<길들/ 김수영>

 

떠나는 것들은 커브를 그린다

보내는 것들도 커브를 그린다

사라질 때까지 돌아다보며 간다

그 사이가 길이다

 

얼러 붙은 하얀 해의 한가운데로 날아갈 이유는

없겠지만,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까지

그 빛나는 사이로 가기 위해

벼랑에서 몸을 던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가운데는 텅 비어

중턱에 글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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