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이 피어/ 강세화, 산수유 꽃/ 가영심, 산수유꽃/ 고은, 산수유꽃이 필 때마다/
함동선, 산수유꽃 필 무렵/ 곽재우, 산수유 한 송이/ 이미순>
산수유 꽃이 피어 짜드라 웃고 있다
<산수유 꽃이 피어/ 강세화>
산수유 꽃이 피어
누가 짜드라웃고 있다
무심코 웃음 끝을 거들다가
총총한 눈살에 갇힌 몸이
하늘이 노란 탓도 곱다시 죄가 되어
마누라 치마폭에 숨기는 멋쩍어도
작은 기미(幾微)들이 모여서
대단한 느낌으로 살아있는 대목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까
꽃이 피면 때맞추어
실없이 미치고 싶은 속마음을
따로 건사하지 못하고
박물관 구경나선 길에
입구에서 그만 들켜버리고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저기저기 짜드라웃고만 있다
그대 찾아 하염없이 길 떠나면 노오란 산수유 꽃들 웃고 있어라.
<산수유 꽃/ 가영심>
낯선 길보다도 더 멀리
그리움은 뻗어있네
가슴 다 뚫린 채
푸른 슬픔으로 뼈가 녹다가
상처 난 꿈처럼
어지럽게 헝클어진 마음
그리움이 온몸으로 하얗게 퍼져갈 때
숲 속의 길은 가장 은밀한 고요처럼 눕고
그대 찾아 하염없이 길 떠나면
노오란 산수유 꽃들 웃고 있어라.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
<산수유꽃 필 무렵/ 곽재우>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밖에
길은 삼 십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
노란 산수유꽃 여기 봄이 왔다고, 봄이 왔다고...
<산수유꽃/ 고 은>
그래도 괜찮단 말인가
무슨 천벌로
얼지도 못하는 시꺼먼 간장이란 말인가
다른 것들 얼다가 풀리다가
으스스히
빈 가지들
아직 그대로
그러다가 보일 듯 말 듯
노란 산수유꽃
여기 봄이 왔다고
여기 봄이 왔다고
돌아다보니
지난해인 듯 지지난해인 듯
강 건너 아지랭이인가
산수유 꽃이 필 때마다 나비가 되었는데...
<산수유꽃이 필 때마다/ 함동선>
둥둥둥 둥둥둥
북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을 찾아
산수유 꽃이 필 때마다 나비가 되었는데
그 사람 알던 이도 떠나고
또 떠나고
연초록 잎이 아가의 손처럼 커 가는데
갸름한 얼굴 둥근 눈썹 아래로 뜬 눈 다문 입
깊이 파인 보조개가 낮게 드리운 구름 속에 나타났다가
이내 멀어지더니 다시 구름 속에 묻히는데 바람이었으니
어디고 머물 자리도 없을 건데 옛날의 편지 펴보니
'먼 곳에는 그리움이 있어요’
하는 한 마디가
둥둥둥 둥둥둥
북소리로 울려오는데...
자박자박 걸어 나오는 함성이여~ 노오란 눈물이여~
<산수유 한 송이/ 이미순>
무엇이었을까
먼저 세상을 뚫어내는 저 힘
꽃가루 분분히 하늘을 휘감고
닿는 곳마다 부드러운 흔들림
자박자박 걸어 나오는 함성이여
노오란 눈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