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편지/안도현, 제비꽃 연가/박미경, 제비꽃 사설/곽재구, 제비꽃/김석규, 제비꽃에 대하여/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피워보려고 했지요~~
<제비꽃 편지/ 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피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서워서요
한 시간도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 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제비꽃 연가/ 박미경>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제비꽃이 좋다~
<제비꽃 사설/ 곽재구>
네 이름이 뭐냐
땅끝 가는 완행버스 길
바랑 걸치고 걷다
풀 언덕에 앉아 물어보면
솜털 보송보송한
자주색 꽃들이 입을 모아
사 랑 부 리 꽃
우리나라 사람들
싸우지 말고 용서하며
맑고 고운 희망 나라 통일 나라
얼른 세우라고 입모아
사 랑 부 리 꽃
네 이름이 뭐냐
귤동 가는 도암만 시오리 길
개울물에 보리 미숫가루
풀다 물어보면
솜털 보송보송한
자주색 꽃들이 입을 모아
도 끼 꽃
우리나라 사람들
가슴의 슬픔들 몽땅 털어버리고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
들판 곳곳에 세우라고 입모아
도 끼 꽃
꽃신에 밟히울 제비꽃으로 필까 그리움도 푸르게 젖는 봄날 타오르는 아지랑이...
<제비꽃/ 김석규>
어두운 겨울 다지나고
금호강 언덕 풀빛 짙어올 때
비단치마 자락 끌고오시는 님
님의 걸음 걸음
꽃신에 밟히울 제비꽃으로 필까
그리움도 푸르게 젖는 따스한 봄날
음....
어두운 겨울 다지나고
금호강 언덕 풀빛 짙어올 때
비단치마 자락 끌고오시는 님
님의 걸음 걸음
꽃신에 밟히울 제비꽃으로 필까
그리움도 푸르게 젖는
봄날 타오르는 아지랑이
강물따라 흐르며 부르는 소리
사랑은 아름다워 죽도록 아름다워
사랑은 아름다워....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어김없이 간다지? ~~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척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주빛이지
자주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