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안도현, 목련꽃 피던 날에/양현근, 목련/홍윤숙, 목련화/용혜원, 4월의 노래/박목월>
그녀가 푸른 드레스를 입고 떠나기 전에 아름답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목련/ 안도현>
징하다, 목련 만개滿開한 것 바라보는 일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두 눈이 퉁퉁 부은
애인은 울지 말아라
절반쯤만, 우리 가진 것 절반쯤만 열어 놓고
우리는 여기 머무를 일이다
흐득흐득 세월은 가는 것이니
그 녀는 하이얀 드레스를 입고 하얀 불빛 아래서 수줍게 웃고 있습니다
<목련꽃 피던 날에/ 양현근>
그녀는 북쪽으로 난 사월의 창가에서
하얀 손으로 하얀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하이얀 드레스를 입고 하얀 불빛 아래서
수줍게 웃고 있습니다
피아노에서 흘러나온 하얀 음자리들은
노래가 되어
울림이 되어
오랜 기다림의 부름켜를 떠다니고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는 솜털 송송한 목덜미며
허벅지의 허이연 속살까지 아슴아슴거립니다
음표들마저 수줍어 눈을 감습니다
이제 어둠은 낯선 밤을 웅크리고 있다가
곧 창문을 닫고 떠날 것을 압니다
머지않아 빗방울이 그녀의 하이얀 미소를 물고
무작정 투신할 것도 압니다
봄의 속살이 까실까실 트기 전에
그녀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녀가 푸른 드레스를 입고 떠나기 전에
아름답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눈이 부셔 차마 고백할 수 없습니다
누가 이 지독한 사랑을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온 장안 마을 골목, 하얗게 쏟아지는 낭자한 곡성...
<목련/ 홍윤숙>
꽃인가 하고 보면
자욱한 구름이고
구름인가 다시 보면
흰 나비떼
앞산 뒷산 흔드는
소리없는 요령 소리 댕댕 울리며
사월의 하늘 가득 메운 상여꾼 간다
어느 지체 높은 청상과부 소복단장하고
한겨울 빈 내당 매섭게 수절하다
그 한 못다 풀어 이 봄에 미치는가
온 장안 마을 골목
하얗게 쏟아지는 낭자한 곡성
봄날 너를 바라보면 내 마음에 사랑이 더 절실해진다
<목련화/ 용혜원>
네가 나에게
매혹적인 것은
날 사랑하기 때문이다
칼날처럼
몸서리치던 추위
다 지나가던 봄날에
네가 피워놓은
사랑의 숨결로 인해
뜨거운 불씨 하나
내 가슴에 살아남아 있다
우리 다부지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사랑 한번 멋지게 하자고
너의 화려한 모습이
기쁨으로 내게 다가온다
네가 만약에
내가 사랑하는 여자라면
너의 마음에 그물을 던져
사랑을 건져 올리고 싶다
봄날 너를 바라보면
내 마음에 사랑이
더 절실해진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리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리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