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조팝나무꽃 시

머루랑 2009. 4. 12. 12:12

     <참조팝나무꽃/김승기, 조팝나무/강세화, 수선화와 조팝나무 사랑이야기/도종환, 조팝나무 꽃잎

      희게 날릴 때/남유정>  

 

  늘 배가 고팠다.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유년 자갈길을 걸어 울며 넘던 고갯길...

 

 

<참조팝나무꽃/ 김승기>

 

늘 배가 고팠다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유년

자갈길을 걸어 울며 넘던 고갯길

참조팝꽃이 열리고 자동차가 달리면서

울울창창 소나무처럼 꿈이 커지던 청년은

앞만 보고 걷는 걸음으로

뒤에서 밟히는

쓰리지만 달콤했던 그 꽃향을 잊었다

웃자라서 휘어진 가지마다

무성한 이파리를 보며

배부르다 생각했는데,

이제 단풍드는 계절의 문턱에서

다시 생각나는 꽃향

배고픔을 달래주던

유년의 하얀 웃음이 그리운 걸까

욕심의 그늘

무겁게 달고 있던 세월

모두 가지치기로 내려놓은 지금

여전히 그 언덕에는 참조팝이 피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플까

끝없는 갈증

낙엽되어 다시 흙으로 내려 앉은 순간까지

채워야 할 무엇이 또 남았는가

지금도 늘 배가 고프다

 

  

 

 

머리를 부딪치며 엉겨붙어 감싸며 간지르고 헤헤거리며

  

 

<조팝나무/ 강세화>

 

훅 불면 다 날아갈

부푼 낟알들이

일제히 터지고 있다.

 

머리를 부딪치며

엉겨붙어 감싸며

간지르고 헤헤거리며

 

무너지지 않고

어그러지지 않고

아우성치지 않고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이야기/ 도종환>


우리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 피어 있을 때
나 또한 그 곁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 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 숙명에 뿌리에 몸이 묶인 채
한평생 바라보다가 갈 것만 같은데
오늘은 바람 이렇게 불어
내 허리에 기대 네 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 살에 스쳤던 내 살을 만지다가도 아프다
네 잎새 하나씩 찢어 내 있는 쪽으로 던져야
내게 올 수 있고
가지 부러지는 아픔을 견뎌야
네게 갈 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 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내 마음의 십분의 일 내 몸의
백 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 것 같은데
너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 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 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나 물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그대를 향해 만개한 꽃잎을 날리고 내 그대를 부르는 간절함으로 봄날이 가네.

 

 

  

 

 

<조팝나무 꽃잎 희게 날릴 때/ 남유정>

 

그리움은 저 가지 끝의 꽃눈처럼

눈을 뜨고 말아

그대를 향해 만개한 꽃잎을 날리고

내 그대를 부르는 간절함으로

봄날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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