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끝에 단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에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산벚꽃마저 다 떨어진 쌀쌀한 봄날,
볼 일이 있어 오대산입구 진부로 발길을 향한다.
손바닥만한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지역에 따라 기후편차가 심하다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연둣빛 향연에 취하는 것도 잠시,
횡성휴게소가 위치한 고갯길을 숨가쁘게 올라와서부터 보이는 풍경들은 아직은 회색빛이다.
이제서야 꽃망울 터트리기 시작한 진달래만 간혹 보이고
물오른 갯버들의 소리없는 흐느적거림만 있을 뿐 강원도 산골의 봄은 이르다.
<월정사 일주문>
절의 어귀에 서 있어 절의 위용을한 눈에 느끼게 해주는 일주문은
모든 중생이 자유롭게 드나들라는 의미에서 문을 달지 않으며, 기둥을
양쪽으로 하나씩 세워 문을 지탱하는 구조에서 일주문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는데,
두 기둥 일직선상에 세웠다는 의미도 있다.
월정사 일주문은 다포계의 공포로 상부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시각 효과를 이루었고
단청이 화려하다. 기둥 양편으로 판전을 붙여 안정감을 높였고
판전에는 네 분의 재미있는 신장상을 양각하였다.
기둥 양옆으로 샛기둥을 세워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둥글게 다듬어
모양을 내고 기초는 화강석으로 복련을 조각하였는데
월정대가람(月情大伽藍)의 현판글씨는 탄허 스님의 친필이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인파가 없는 아침시간이 산책하기에 좋다고 하여 부지런히 민박집을
나서서 호젓한 전나무 숲길을 향하여 걷는 발길이 한결 가볍다.
전나무가 발하는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전나무들의
귀엣 속삭임을 살짝 엿들으며 걷는 1킬로미터 남짓의 전나무 흙길이
짧고 아쉽게만 느껴지는 너무 과분한 욕심일까...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약 1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에 수 십년에서 수 백년
수령의 전나무가 길 양옆 숲속에 빽빽하게 자라나서 낮에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숲은 피톤치드,햇볕,산소,음이온 등 선물을 아낌없이 준다.
이 중 피톤치드는 나무가 뿜어내는 휘발성 물질이다.
피톤치드는 심리적 안정을 주고 말초혈관을 안정시키며, 심폐 기능을 강화해 준다.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편백나무 등 침엽수 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는
계절적으론 여름과 봄에, 시간적으론 오전 11시에 피톤치드 발산량이 가장 많다.
산꼭대기, 산밑보다는 산 중턱, 잔잔한 날보다는 바람부는 날이 더 많이 나온다.
<성황각>
성황각은 이 지방의 토속신을 모신 곳으로 맞배지붕에 크기는 자그마하여
두 평 남짓한 이 성황각은 모든 사상과 믿음을 수용하려는
불교의 넓은 가르침을 잘 보여준다.
사찰로 가는 일주문 전이나 일주문에서 사천왕문 사이 또는 옆에
모시고 있으며, 국사당, 국사단, 가람당이라고도 한다.
이 숲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전나무 고사목의 흔적
아름드리 전나무 고사목은 일부러 파내어 버린 것처럼 속이 비어있다.
침엽수 숲엔 '계곡의 신경 안정제'로 통하는 음이온이 풍부하다.
음이온은 폭포, 냇물 등 물아 흐르고 물방울이 튀는 곳, 계곡 등 바람이 모이는 곳,
식물의 광합성이 활발한 곳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음이온은 양이온을 상쇄해 자율신경을 진정시키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속이 비어버린 때문일까, 2006년 어느날 비를 동반한 강풍에 가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이숲 최고령의 아름드리 전나무는 그만 쓰러져 수 백년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고 한다. 육중한 몸집으로 숲속에 기다랗게 누워있는 전나무의 흔적을 보면서
살아있을 때의 거대한 보습만 상상해볼 뿐, 안타까운 모습이다.
숲속 한켠에 자리잡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보는 즐거움과,
그늘을 제공했을 고사목도 생을 다하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차량이 다닐 때 깔았던 아스팔트포장을 걷어내고 부드러운 황토흙을
덮은 산책길에는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과 간혹 길을 폴짝이며 건너는 귀여운
아기다람쥐의 발소리와, 오대천을 흐르는 맑은 물소리만 있을 뿐
호젓한 전나무숲길은 온종일을 걸어도 싫증이 날 수가 없는 아름다운 길이다.
<금강교>
부처님 오신날을 10여일 앞두고 월정사 입구의 금강교도 머리에
오색연등을 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있다.
<금강연>
금강교위 오대천의 금강연 물속에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보호종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냇가의 갯버들 가지만 옅은 연둣빛을 보일 뿐 오대산의
봄은 아직은 염원하기만 하다.
<천왕문>
어릴적 절집의 사천왕문을 통과하노라면 무서운 형상의 사천왕상에
그만 주눅이 들어서 오금을 저리던 생각이 나곤한다.
<금강문, 금강루>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각으로 양옆에 금강역사상을 조각해 놓았다
<종고루>
종고루에는 종,운판, 목어 등이 달려 있는데
범종은 지옥의 중생을 운판은 날집승을 목어는 수중생물을
법고는 축생들을 위해 울린다고 한다.
<불유각,수각>
펑퍼짐한 모양의 석수조는 주변 풍경들과 어우러져 풍요로워 보인다
<삼성각>
삼성각의 중앙에는 칠성을, 동쪽에는 산신,
서쪽에는 나반존자불을 모시고 있다
<수광전>
극락전, 또는 무량수전, 극락보전, 미타전, 지장전이라고도 하는데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달래주고 천도시켜 드리는 곳이다.
<금당인 대적광전>
구조는 정면 5칸, 측면 4칸, 총 20칸의 팔작지붕 다포 양식이다.
6.25전쟁 때 아군이 후퇴하면서 적이 시설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위한 소개작전으로
일부러 불태워 졌다가 1968년에 만화스님에 의해 중건 되었다고 한다.
적광전에는 법신불인 비로나자물을 모신게 아니라 화신불인
석가모니불을 모신게 다른 사찰과 다르다.
<국보48호로 지정되어 있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팔각 구층석탑앞의 공양하는 보살상>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 마당에 있는 탑으로,
그 앞에는 공양하는 모습의 보살상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탑은 8각 모양의 2단 기단(基壇) 위에 9층 탑신(塔身)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에는 안상(眼象)을 새겨 놓았고, 아래·위층 기단 윗부분에는
받침돌을 마련하여 윗돌을 괴어주도록 하였다.
탑신부는 일반적인 석탑이 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과 달리
2층 탑신부터 거의 같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1층 탑신의 4면에
작은 규모의 감실(龕室:불상을 모셔두는 방)을 마련해 두었다.
지붕돌은 밑면에 계단 모양의 받침을 두지 않고 간략하게 마무리하였고,
가볍게 들려있는 여덟 곳의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아 놓았다.
지붕돌 위로는 머리장식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데, 아랫부분은 돌로,
윗부분은 금동으로 만들어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고려시대가 되면 4각형 평면에서 벗어난 다각형의 다층(多層)석탑이
우리나라 북쪽지방에서 주로 유행하게 되는데, 이 탑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당시 불교문화 특유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인 비례와 조각수법이 착실하여 다각다층석탑을 대표할 만하다.
또한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과 금동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을 통해
금속공예의 수법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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