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숯불의 시 (김신용)

머루랑 2009. 12. 8. 21:56

  

묻힌 것에게 체온 다 주고 사그라지고 있는 모습이....

 

 

 

 

숯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는 것 같다

 

 

  

 

숯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온기로 몇 알의 감자라도 익힌다면

 

사그라져 남는 재도 따뜻하리라고, 생각하는

 

눈빛 같다. 수확이 끝난 빈 밭에 몇 줌의 감자를 남겨두는

 

경자(耕者)의 마음도 저와 같을까?

 

묻힌 것에게 체온 다 주고 사그라지고 있는 모습이

 

삶이 경전(耕田)이며 곧 경전(經典)이라고 말하는 눈빛 같기도 하다

 

추수가 끝난 빈 밭에서 주워온 몇 알의 감자,

 

숯불 속에서 익고 있는 그 뜨거운 속살이 심서(心書) 같아

 

마음의 빈 밭에라도 씨앗 하나 묻어둔적 없는

 

내 삶의 경작지(耕作地)가 너무 황량해

 

 

<숯불의 시/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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