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수도권

계관산~삼악산 종주

머루랑 2010. 2. 22. 21:49

 

  △등선봉 암릉의 570봉 풍경

 

 

    ◈ 산행지 : 작은 촛대봉(계관산)~삼악산(654m) 등선봉 종주

 

     ◈ 산행코스 : 개곡리종점~작은 촛대봉(665m)~460봉~석파령~청운봉(546m)~흥국사 삼거리~619봉~등선봉(636m)~강촌

 

     ◈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19km (08:00~17:40 - 9시간 40분) ☞20cm 이상 쌓인 눈을 러셀하느라 지체.   

 

 

 

 △개곡리 종점에서 가일고개로 이어지는 발자국을 내기도 아까운 고운길~

 

러가는 계절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날 경기북부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첩보(?)를 접하고

급히 월차를 내어 몽.가.북.계.삼이 시작되는 계관산에서 삼악산,등선봉으로의 종주산행을 결정,  

대동강 얼음도 풀린다는 우수(雨水) 아침에 부랴부랴 가평행 첫차에 몸을 맡깁니다.

 

 

 

 △임도삼거리/ 지난번 계관산 오를때 저 임도를 따라가는 바람에 고생을 했다

 

 이 가까워지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을 하더니 가평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개곡리종점에 내리니

눈앞을 가리는 함박눈으로 변하면서 펑펑 쏟아져내려 길위에 소복소복 쌓인다.

 

오늘 아침에 내린눈만 3~4cm 정도가 쌓인 아무도 밟지않은 마을길을 따라 걷는 그 즐거움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알 수 없는 큰 행복감입니다. 

 

 

 

 △마지막 팬션 건너편 산자락에 조성되어 있는 이스트섬의 석상들/ 그 섬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데 많이 추울 것 같습니다 

 

 

 

 △팬션앞의 예쁜 우편함도 하얀지붕으로 변했다

 

 

 

 

△임도에서 갈라져 샛길로 오르는 초입부의 눈덮힌 계곡길

 

지막 팬션을지나 가일고개로 오르는 임도에 쌓인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너른길에는 간간이 묵은 발자국도

몇개 보이고 걸을만하다.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있고 눈까지 내리는 날에는 가일고개까지 간다음

 좌측능선의 등로로 오르는게 정석인데 여기서 그만 첫번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작은 개울을 건너자마자 나타나는 왼쪽 샛길로 오르면 시간을 좀더 단축할 것 같아서 계곡으로 들어서니

어렵소 쌓인눈이 장난이 아닙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은 걷기에 힘이 부치지만 오랜만에

눈다운 눈길을 걷는다는 즐거움에 들떠서 그냥치고 올라갑니다.

   

 

 

 △지나온 발자국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힘든 계곡길

 

 

 

 

 

▲작은 촛대봉~삼악산 등선봉 등산개념도

 

 그저그런 평범한 산도 기상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주먹만한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고...

 

계곡길 상단부에 이르면서 길은 더욱 가팔라지고 미끄러워서 앞으로 고꾸라지기를 몇번,

함박눈이 쏟아져내리는 건너편 능선을 바라보면서 후회를 한다. 왜 편한 능선길을 두고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오늘 또 한번 배웁니다. 산에 들어서는 자만하지 말고 좀더 겸손해 지자고~ 

  

 

 

 △된비알에 무릎까지 쌓인눈을 치고 오르느라 초반에 쓸데없는 체력을 허비하고 말았다.

 

오늘 가야할 거리도 거리지만 이런 상태로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면 오늘은 무척이나 힘든 산행이

 될 것이라고 짐작을 해봅니다. (초반에 쓸데없는 체력을 허비한 실수는 산행 중반에 효과(?)로 나타납니다)

 

 

 

 △작은 촛대봉(665m)의 이정표/ 삼악산까지 8km, 다시 등선봉 암릉너머 강촌까지 4.8km 

 

작은 촛대봉정상에서 계관산까지는 900m의 거리이며 간간이 보이던 묵은 발자국들은 모두

계관산으로 향하고 삼악산 방향으로는 아무도 가지않은 종아리까지 눈이 푹푹 빠지는 무답지 고행의 길이다.

 

 

 

△ 계관산으로 향하는 방화선

 

 

 

 △방화선을 따라 삼악산으로 이어는 능선끝에는 쏟아지는 눈으로 뿌옇게 보인다 

 

 

 

 

 △작은 촛대봉을 내려서며 보이는 풍경들

 

 

 

 △산불 감시초소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수북히 쌓인 눈

 

감시초소에서 똑바로 방화선을 따르면 망월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이므로 반드시 차단기가 있는 공터 사거리에서

우측임도를 따라야만 합니다. 걷기에 좋은 임도를 따라 얼마를 진행하면 잣나무 조림지에서 내려오는

능선길과 만나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산짐승도 가지않은 임도를 처음으로 걷는 즐거움~♬

 

산속에 들었을때는 아름다운 풍경들과 느낌을 눈과 가슴으로만 담아오고 어느 것 하나라도

 흔적을 남기면 안 되는데, 본의 아니게 이렇게 발자국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다음에 이 길을 걸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발자국을 찍는 즐거움을 빼앗은 것 같아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

 

  

 

 △임도와 갈라지는 사거리에서 이정표가 있는 저 계단길로 능선을 올라선다

 

 

 

 △개곡리에서 여기까지 7.1km 거리이다

 

 

 

 

 △산불 감시초소앞 임도부터 청운봉, 등선봉까지 이런길을 온 종일 러셀하며 걸어야만 했다

 

 

 

 △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을 실감하는오늘...눈이 너무나 넘쳐나 몸이 지쳐오기 시작합니다.  

<눈싸움하기 좋게 습기를 적당히 머금은 눈은 러셀하며 나가기가 더욱 힘이듭니다>

 

 

 

 △하얀눈을 머리에 인 아기잣나무

 

 

 

 

 △지나온 작은 촛대봉이(가운데 흰슬로프) 멀리

 

 

 

 

 

 △봄을 기다리는 씨앗주머니의 희망의 노래

 

 

 

 

 

 △아름다운 풍경들

 

 

 

 △월동용 옷을 겹겹이 껴입은 나무수피

 

 

 

 

 △눈을 뿌리던 하늘이 맑게 개이면서 등선봉 암릉이 보인다

 

 

 

 

 

 △낙엽송숲 사이로 삼악산이...

 

 

 

 △산에들면 사소한 풍경 하나라도 모두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산이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바람결에 날려온 낙엽 하나에는 이른 봄소식이 담겨있습니다

 

쌓인 눈과 사투를 벌이며 얼마나 열심히 걸었는지 오늘 혼자온 것마저 그만 잊고 말았다. 

처음에는 아무도 가지않은 길이 너무나 좋아서 흥얼거리며 걷기도 했지만 3시간이 넘어서면서 부터는

조금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면서 욕심을 부린 자신이 부끄럽게도 느껴진다.

 

눈, 눈하고 눈타령 하더니만 오늘 진저리가 나도록 눈길에 빠져 한번 실컷 걸어보라는 자연이 내리는 벌(상)로 알고

 묵묵히 눈길을 헤쳐나가는 발길이 많이 무겁습니다. 자연에게서 보상없이 거져 누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더욱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십년 가까이 산행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아무도 걷지 않은 산길을 온종일 러셀하며 걷는 영광을 몇번 갖지를 못했는데

계절도 어느덧 물러나기 시작하는 2월 하순에 그것도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멋진

적설기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누리는 큰 행복감에 젖어보는 하루입니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담았을 7층 돌탑은 평화로운 山풍경의 일부입니다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푸른 하늘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파랑새/ 한하운>

 

 

 

 

 △관악산,운악산,화악산,감악산과 더불어 경기 5대 악산의 하나인 삼악산 정상부

 

 

 

 

 △석파령 갈림길/ 삼악산 정상 2.8km

 

저 임도를 따라 곧장 내려가면 춘천호반 붕어섬 입구의 덕두원리 마을로 내려서고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경춘국도변 당림리 배일골로 이어집니다.

 

 

 

 △겨울철에만 누릴 수 있는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빛...

 

 

 

 △작은 촛대봉에서 삼악산에 이르는 능선에는 수림이 우거져 시계가 좋지는 않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계관산 능선이 살짝살짝 보인다

 

 

 

 △좌측의 계관산과 북배산 전경

 

 

 

 △등선봉과 570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의 실루엣

 

 

 

 

 △중앙의 계관산 너머로 좌측멀리 백운산과 우측의 화악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삼악산성 급경사 오름길의 포개진 바위 

 

475봉을 지나 삼악산성이 있는 청운봉에 이르기 직전 암봉아래에서 길을 찾지를 못해 암릉을 치고 오르는데 엄청 위험하다.

온 지역이 흰눈으로 덮혀있고 왼편은 협곡이고 우측사면도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로 보여서 암릉의 눈을

손,발로 쓸어내리며 발디딤을 만들며 어렵게 암릉위에 오르고 보니 아뿔싸! 

도저히 로프없이는 내려갈 수 없는 수 미터의 슬랩이다. (이게 오늘 두번째 실수였다)

 

위험하게 올라간 길을 다시 역으로 내려오려니 여간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을 집중하여 안전하게 내려선 다음 암릉아래의 경사면을 잘 살펴보니 등산로는 깊은 눈속에 파뭍혀 있지만

 사람들이 잡고 올라서 반들반들해진 나무의 흔적들이 어렴풋 보인다.

 

 

 

  

 △삼악산성이 시작되는 청운봉정상의 소나무와 성벽흔적

 

이곳에서 늦은 식사를 하는데 까마귀 두마리가 가까이 날아와 먹을것좀 남겨놓아 달라고 까악까악 대며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남 음식 먹는 것 쳐다보는 것이 제일 창피한 일인줄도 모르고~~♪

 

 이곳에서 동쪽 성벽을 따르면 삼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갈길이 멀어

정상은 접고 우측 능선을 타고 등선봉으로 향합니다.

 

 

 

 

△흥국사 갈림길 적송군락의 멋진 자태들

  

갈림길 적송군락지에서 "그놈 참 곧게 잘 자랐다고" 적송의 허리를 쓰다듬어주며 짧은 고민을 합니다.

종일 러셀을 하느라 지친몸을 이끌고 등선폭포로 그냥 하산을 할까, 예정대로 등선봉으로의

암릉산행을 계속 이어서 강촌으로 내려갈까 망설입니다.     

  

 

△몽.가.북.계의 북배산을 당겨서...

 

  

 

 △619봉에서 바라본 청운봉(546m)/ 삼악산성은 청운봉을 깃점으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있다

 

을 다잡아 등선봉쪽 619봉 암릉을 오르는데 장난이 아닙니다.

급경사 암릉에 눈까지 쌓여있어서 발디딜 곳이 전혀 없으며 또한 바위지대이다 보니 잡을만한 나뭇가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 아주 위험한 상태로 등산로가 돌변해 있습니다.

 

차라리 눈이 얼어있으면 발디딤을 만들며 오르면 편할텐데 밟으면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신설이 쌓여 있어서

잘못 밟으면 여지없이 고꾸라지며 수 미터를 뒤로 미끄러져 내리고마는 아주 위험한 지경입니다. 

 

소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는 저 였는데 오늘은 한계체력의 문턱까지 경험한 아주 힘든 산행이 되었습니다.

 특히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등선봉 암릉의 산행을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남에게 겨울철 산행지로 추천도 하지 않을 것이고요...  

 

 

 

 △멀리 춘천호반의 붕어섬이...

 

 

 

 △619봉 전경

 

 

 

 

 ▲멋진 각선미의 미인송은 평소에도 몸관리를 아주 잘한듯 합니다~~ㅎ 

 

몸은 이미 지쳐서 많이 힘든데도 장난기는 여전합니다!

 

 

 

 △미인송

 

 

 

 

 

 △암릉에 눈이쌓여 있어서 위험스럽고 힘들게 올랐던 619봉 너머로 삼악산(654m) 정상이 보인다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경춘국도와 경춘선이 나란히 달리는 정겨운 호반길...

 

 

 

 △등선봉 직전의 고사목이 있는 풍경

 

 

 

 

 △등선봉에서 바라보는 570봉 너머로 강건너 강선봉이 손에 잡힐듯 보인다

 

 

 

 

 △강촌리 전경

 

 

 

 

 △등선봉에서 조망되는 풍경들~

 

 

 

 

 △46번 경춘국도변 당림리 마을과 강건너 백양역 

 

 

 

 

 

 

 △등선봉 암릉구간에는 소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멋진 선경을 연출한다

 

등선봉 암릉이 꼭 힘든 곳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위험하겠지만

 이런 멋진 조망을 즐기려는 욕심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두들 등선봉 암릉을 즐겨찾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열차는 힘이 부친듯 거친 쇳소리를 내며 강변길을 느릿느릿 달려갑니다

 나 한번쯤은 타 보았을 '춘천가는 기차'라는 말에서 어떤 낭만적인 느낌이 뭍어나지 않나요?

대성리,청평,가평,백양,강촌,춘천호반 등 귀에익은 단어들에선 뜨거웠던 옛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잠시나마 향수에 젖게 만들고요.

  

 

 

 △412봉 지킴이 고사목 한그루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설 연휴를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46번 경춘국도를 오가는 차량이 한산하다

 

 

 

 △내려서며 뒤돌아본 암릉으로 이루어진 412봉, 450봉

 

 

 

 △저무는 햇살뒤로 높이 치솟은 강선봉 암릉전경/ 강선봉에서 검봉(530m)을 거쳐 봉화산으로 연결된다 

 

  

 

 △봄이면 젊은이들로 강변 모래톱이 왁자지껄 하겠지만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강촌마을이 아주 조용합니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물러 가려는 계절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욕심을 부렸었는데

오늘로써 기꺼이 놓아 주려고 합니다.

 

10시간동안 눈속을 헤쳐 나가면서 힘도 많이 들었지만 언제나 주기만 하는 자연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느껴본 하루입니다.

 

욕심을 버리니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행운, 그리고 큰 행복~

 

저는 욕심이 너무나 많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멋진 것들을 감추어 두고 몰래 혼자서만 즐기려고 하니 말입니다.

 

하루종일 산행하며 만난 것이라고는 머리위를 낮게 날던 까마귀 두 마리와 나무찍는 소리로 조용한 산골짜기를 울려대던 

몇마리가 고작이었던 너무나 적막해서 동물 발자국마저 반갑고

멀리 아랫동네에서 들려오는 멍멍이짓는 소리도 반갑게 느껴지던 눈에 보이는, 귀에 들려오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아주 외로웠던 적설기산행....      

.

.

.

 

이제는 기꺼이 겨울을 놓아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반갑게 을 맞이하러 나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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