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 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나무처럼>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심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여름이면 발치에서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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