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옮겨 와 살 만큼 살았으니 이 봄에 나는 또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
<다시 길을 떠나며>
이 봄에 나는 또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
이곳에 옮겨 와 살 만큼 살았으니
이번에는 새로운 자리로 옮겨 볼 생각이다.
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일과 타성의 늪에 갇혀 시들게 된다.
다시 또 서툴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로서 새 길을 가고 싶다.
묵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알려진 것들에서 자유로유져야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내 자신만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그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나는 내 삶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닮지 않으면서
내 식대로 살고자 한다.
자기 식대로 살려면
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질서에는 게으르지 않음과
검소함과 단순함까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도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
그 같은 삶의 리듬도 뒤따라야 한다.
물은 한 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잃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물처럼 흐르라>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막히지 않고
팍팍하지 않으며,
침체되지 않는다.
물은 한 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잃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강물처럼 어디에 갇히지 않고
영원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詩 휴게실> > 詩의 오솔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네 세상에 어디 있는가 (0) | 2010.03.18 |
---|---|
모든 것은 지나간다. 말과 침묵 (0) | 2010.03.18 |
나무처럼. 山 (0) | 2010.03.17 |
석류 중 (이가림) (0) | 2009.12.14 |
늙은 꽃 (문정희) (0) | 2009.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