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꽃은 왜 흔들리며 피는가

머루랑 2010. 7. 5. 13:36

 

 

 

<꽃잎 인연/ 도종환>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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