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봄이 오는 숨은벽전경
봄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산 8부능선 이상엔 아직 이파리도 돋아나지 않았는데
30도 가까이 오르내리는 한여름 날씨가 지속되니 웬일인지요.
어느해 보다 유독 늦게 찾아온 봄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빨리 떠나가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정상엔 이제서야 진달래가 산철쭉과 함께 꽃망울을 틔우려 준비하고 있는데..
참으로 이상한 봄입니다.
당초에는 오랫만에 옆지기와 함께 숨은벽 릿지를 할 요량이었는데 너무 긴시간 산행 공백기가 있어서
오늘은 릿지에 자신이 없다기에 옆지기와 가벼운 워킹으로 인수뒷길을 샤방샤방 걷기로 합니다.
봄은 봄인데 여름같이 무덥고 햇볕에 목덜미가 따가운 봄날...
△진달래가 아직 남아 있는데 벌써 산철쭉도 같이 피고 있네요
△좌측부터 인수봉,숨은벽,백운대
△양지꽃
산 아래는 오래전에 벚꽃과 진달래가 지고 진초록빛이 완연한데 반해
산을 오를수록 때늦은 진달래와 벚꽃이 함께 피며 아름다운 이 봄을 노래하고 있네요.
이무렵에 필 때는 되었지만 산철쭉까지 산벚꽃과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나니 계절의 질서가 무너진 듯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지만 보기에는 더없이 즐겁습니다.
얼마전 내린 비로 인해 작은 폭포들이 무수히 생겨난 밤골계곡을 지나 해골바위로 오르는
너덜 비알길을 오르려니 바람도 불어오지 않아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려 눈썹을 적십니다..
윗 사진에 보이는 저 소나무 그늘 아래서 땀좀 식혀가려고 접근을 하니 엥, 먼저 온 손님이 계시네요.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나요~
바로 산꿩 부부입니다.
방해하지 않으려 우리가 살며시 다가가니 비켜주기 싫은 듯 겨우 3~4미터 정도 떨어진 바위 끝으로
슬금슬금 올라 가더니 휴식을 끝내고 자리를 뜰 때까지 꼼짝도 않고 저 자세로 앉아 있는 것입니다.
암놈은 한술 더 떠서 벚나무위로 풀쩍 뛰어 오르더니 천천히 나무둥치를 타고 걸어 올라가 나뭇가지를 오가면서
벚꽃이 지고 열매를 막 맺기 시작한 작은 열매꼬투리를 쪼아대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듯 너무나도 여유롭게~~
그 여유가 부럽습니다.
△해골바위 아래 토끼길
△숨은벽 전경
△희귀종인 금강제비꽃 △노랑제비꽃
북한산,
언제 보아도 참으로 아름다운 명산 중의 명산입니다.
워킹산행도 릿지등반도 암벽등반 등 다양한 등반법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산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반해
이런 명산을 가까이 두고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수도서울 시민들은 복받은 것이죠.
멋진 바위를 보면 오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나요?
△군부대 훈련장이 있어서 출입이 통제된 사기막골에도 바쁘게 수채화가 그려지고 있네요
△상장능선 너머로 멀리 오봉,도봉산이
△암봉의 망운봉
오늘은 저 망운봉 정상에서
타프를 치고 여유있는 식사를 즐길겁니다.
평소 산행과 달리 오늘은 안주거리와 이슬이도 데리고 왔으니~
숨은벽을 오르지 않고 인수뒷길로 돌아 갈 것이니 안전에도 크게 염려가 없고...
△숨은벽 전경
날씨는 한여름 같이 무더운데다 강한 바람이 불어대는 암릉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숨은벽 바위에 붙은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휑하네요.
개미같이 작아 보이는 사람들이 숨은벽에 달라붙어 벽을 오르는 모습은 압권인데...
보는 사람도 따라서 오르고 싶도록~
▼흰제비꽃 ▼금낭화
△고깔제비꽃
△해골바위 전망대에는 영주에서 올라왔다는 산악회가...
△망운봉 정상에 서면 조망이 뛰어납니다
△저 인수봉 오르는 악어능선 중간에는 악어굴과 악어, 악어새가 있습니다
△숨은벽과 염초능선이...
저 두 곳을 오를 때면 몸에서 엔돌핀이 무진장 솟아납니다~
△꽃님이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족도리풀
△영봉너머로 멀리 수락산이 조망됩니다
△망운봉에서 조망하는 인수 뒷모습
오늘은 숨은벽을 타고 넘지않을 것이니 이 망운봉이 오늘 산행의 목표점이 되었네요.
정상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 타프를 쳐 그늘을 만들고 준비해온 음식을 들며
주변을 조망하는 즐거움을 무엇에 비견 할까요.
각자 추구하는 행복이야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은 제게 행복입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땀흘려 걸으며 만든....
바쁘게 갈 이유도 없으니 오늘은 망운봉에서 커다란 쉼표 하나를 찍습니다~
△망운봉 슬랩을 내려오는 옆지기
△오봉과 도봉산 선인봉이 한눈에 조망됩니다
▼양지꽃
△사기막골 계곡의 무명폭
망운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로프가 내려진 15미터 슬랩을 통과하여
양지꽃이 만발한 급사면을 한참 내려오면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사기막골 계곡에 닫습니다.
이곳은 사철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깨끗한 계곡으로 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이용하는
북한산 계곡 중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명소 중 한곳 입니다.
계곡 아래로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통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죠.
△인수뒷길의 아기 코끼리도 잘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사기막골 계류를 따라 또 한참을 내려가면 무명 폭포를 지나
하얀 반석위를 흐르는 제법 긴 와폭지대를 만나는데 인수뒷길을 거쳐 인수야영장으로 가려면
바로 이 와폭지대의 중간을 건너야 합니다. (비가 내려 수량이 많을 때는 정말 위험)
건너편 숲을 잘 살펴보면 족적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합니다.
나뭇가지에 이제서야 새순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인수뒷길을 따라
사방에 지천인 원추리싹을 뜯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군부대에서 설치한 철조망 앞까지 왔네요.
철조망을 넘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철조망을 넘어서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부대에서 관리하는 부대땅 안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죠~
△인수뒷길 야영장에 이르는 언덕에는 금강제비꽃,고깔제비꽃,노랑제비꽃 등이 무수히 자라고 있습니다
△앵두꽃이 만발한 도선사 경내
초파일 연등행사 준비로 한창인 도선사경내를 한바퀴 둘러보는데
꾸웅~ 범종이 크게 울리며 저녁예불 시간임을 알립니다.
범종 소리는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올 때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가까이서 들으니 그 울림이 정말 대단하네요~
마음속의 어리석은 생각들이 놀라서 다 달아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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