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단풍 같아 보이지만 가을가뭄 때문에 잎이 말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추석연휴에 먹고 마시며 노느라 다소 무거워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가까운 북한산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한적한 인수 둘레길을 걷기로 합니다.
초가을 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낮에는 더위가 가시지 않아 흐르는 땀은
여름이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무덥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밤골 입구에 접어들어도 인적이 보이지 않아 이곳이 북한산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정말 조용합니다. 바로 이런 풍경을 제가 바라는 봐죠~
장마철 같이 끈적거리는 습도는 없지만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 숲속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고
오를수록 조망 보다는 산봉우리를 덮으며 짙은 안개가 아래로 내려옵니다.
△해골바위 아래 토끼 벼랑길을 따라 오르는 길이 참 좋아요
따갑던 태양이 구름속으로 사라지고 짙은 안개가 숨은벽 능선과 염초능선을 타고
길게 내려오며 몽환적 분위기를 내는데 별로 기쁘지가 않습니다.
제가 기대한 것은 선명하게 빛나는 우람한 숨은벽 암릉의 기상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이었거든요.
△망운봉전경
오늘 산행의 주 목적지가 바로 저 망운봉입니다.
해골바위 전망대를 지나와 통신탑이 있는 봉우리에서 왼쪽 길로 내려가면 망운봉이 나오는데
이 망운봉 이야말로 숨은벽 능선과 인수 악어능선을 한 눈에 감상 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입니다.
또 망운봉 정상에서 북쪽의 슬랩지대를 조심하여 내려가면
제가 가끔 이용하는 숨어있는 명당자리 하나가 나오는데 정말 멋진 명당자리 입니다.
명당은 어느 산에나 하나 둘 있지만 그걸 찾아 내고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죠~♬
여태껏 쉬지도 못하고 올랐는데 망운봉이 눈앞에 다가와 보이니
빨리가서 쉬고픈 생각에 운무에 덮힌 숨은벽 능선을 슬쩍 한 번 바라보고는
이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해골바위 위 슬랩을 전에는 볼트에 매달아 놓은 슬링끈을 잡고
급경사 슬랩을 스릴을 느끼며 오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현재는 공단에서 볼트를 제거해 놓아
어느 누구도 오를 수가 없습니다.
숨은벽 능선의 명소가 하나 없어진 것 같아서 좀 서운하지만
그만큼 추락 등 안전사고가 많이 줄어들을 것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해골바위가 있는 암릉으로 올라오지 않고 저렇게 모두들 우회길을 따릅니다.
△운무에 뒤덮혀 인수와 숨은벽 능선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짙은 구름이 훼방을 놓은 바람에 멋진 조망의 즐거움을 하나 놓쳤습니다
어린왕자는 말했죠.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참을 쉬다 나오니 인수 악어능선과 숨은벽능선이 흐릿하게 나마 보입니다
△숨은벽 능선 너머로 백운대에서 시작하는 염초능선이 그 위용을 뽑냅니다.
망운봉 정상에서 북쪽 슬랩을 조심하여 내려가면 두 사람 정도가 쉴 수 있는 멋진 자리 하나가 나옵니다.
비록 자리는 협소하지만 잡목에다 작은 타프를 설치하면 비가 내려도 끄떡없는 천혜의 명당으로 변하는데
전면으로는 수백 길의 낭떠러지여서 다소 위험 하기도 하지만 조망하나는 정말 일품입니다.
이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만 일급 명당에서의 조망권(?)을 누릴 수가 있지요~
신발을 벗어 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막걸리 잔을 곁들이며,
갖고 간 '도종환 시인'의 시집 등을 읽으며 두 시간여의 망중한을 보내고 나니
이순간 만큼은 정말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 없네요~
<바위에 붙어 자라는 이끼류> |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 집니다> |
△망운봉 정상에서 인수둘레길로 내려서는 암릉의 로프
당초 계획은 망운봉에서 적당히 휴식을 취한 다음에
숨은벽 암릉의 싯점인 빨래판 릿지 좌측 아랫길을 이용, 인수 악어능선으로 악어새바위 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온 후 인수둘레길을 거쳐서 인수산장으로 가려 하였으나 망운봉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하는 바람에 곧바로 인수계곡길로 내려섭니다.
△넓은 반석이 있는 계류를 건너면 인수 둘레길이 희미하게 이어집니다
망운봉에서 로프지대를 통과하여 인수계곡으로 급경사로를 내려서면
비교적 족적이 뚜렷한 오솔길이 나타나고 이 길을 따라 얼마를 내려가다 보면 하얀 너럭바위 위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류를 건너면 이전보다 더욱 희미해진 길이 보이는데 이 길이 바로
인수 둘레길입니다. 눈썰미가 있는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길을 구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길의 윤곽은 뚜렷한 편입니다.
△푸른 이끼가 덮힌 바위위로 사람들이 다녀서 족적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습니다
△잠시나마 동무가 되어 주었던 가재들은 다시 놓아 주었지요~
계류를 건너 설교벽 능선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한참 따르다 보면 군용 벙커가 하나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악어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왼쪽으로 내려서야
계곡 옆길을 따라 우이산장, 야영장아래로 연결됩니다.
밤골 계곡을 오르면서 어찌나 많은 땀을 흘렸던지 맑은 물이 흐르는 계류를 보니 욕심이 동합니다.
마침 늦은 시각이고 이곳은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외진 곳이라
알탕을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산악인의 체통은 지켜야 하니 참아야 합니다~ㅎ
땀을 씻으며 작은 바윗돌을 하나 들추어 보니 작은 가재들이 여러마리가 보여서
그 중 몇 마리를 잡아서 희롱하다 도로 놓아 주었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군부대 시설지역이라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를 무시하고 이용하는지 길이 나 있어서 낡은 표지판이 무색합니다.
지켜지지 않은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부대에서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먼곳에 까지 철조망을 두르고
형식적으로 표지판을 설치한 것은 보기에도 좋지가 않습니다.
이곳이 바로 인수야영장 끝이거든요.
△이제는 쉬러 가야하는 인수봉도 서서히 어둠속에 뭍혀가고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침 햇살에 감사하라
당신이 가진 생명과 힘에 대해, 당신이 먹은 음식, 생활의 즐거움에 감사하라.
만일 당신이 감사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 잘못이다"
이 말은 아프리카 쇼니족 추장 '테쿰세'가 한 말입니다.
'<山이 좋아서> > 북한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인수봉 뒷길) (0) | 2012.05.01 |
---|---|
북한산 (의상능선) (0) | 2011.12.13 |
북한산 (만경대릿지) (0) | 2011.06.05 |
북한산 (들개바위) (0) | 2011.06.01 |
북한산 (보현봉) (0) | 2011.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