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북한산

북한산 (보현봉)

머루랑 2011. 5. 15. 06:00

         <북한산 보현봉>

      △연둣빛으로 둘러싸인 보현봉의 5월 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나서보는 산행입니다.

 

     4월 한달 집안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일주일에 한 번 하던 산행을 5주 넘게 쉬고 있으려니

     몸살이 날 지경이었습니다.(실제로 몸살을 앓았음)    

 

     봄꽃이 피고지고 이렇게 온세상이 연둣빛 물감을 풀어 놓은듯 푸르게 변하도록 

     감옥아닌 감옥안에 같혀서 몸살을 앓았으니...

     마치 한겨울에 동남아를 여행온 느낌이 이렇다고나 할까~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이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연에 대한 고마움, 아니 자유에 대한 감사... 

     가정이 편안하고 그 구성원이 모두 건강해야 이런 자유를 누릴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달은

     오래 간만에 느껴보는 이 걷는 즐거움을 오래도록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예년보다 덜 하다고는 하지만 올봄에도 옅은 황사는 이렇게 멀리까지 날아와 매연과 함께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봄의 불청객입니다.

     회색빛 도시숲를 헤치며 나아가려는 뱀처럼 국민대앞을 지나는

     외곽순환도로만 어렴풋 가늠이 될 뿐입니다.

 

 

     평창동 부자동네라고 예외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던 것들이 떠나가고 난 뒤에야

     그 존재의 가치를 알고 섭섭해 할 때가 많지요.

 

    

     올봄 처음으로 인사하는 각시붓꽃과 이미 지고 얼마 남지않은 산철쭉은

     오랫동안 제 얼굴이 보이지 않아 매우 궁금해하며 걱정했다고

     반갑게 손을 꼬옥 잡아줍니다~ 

 

 

△보현봉전경

 

     어떻게 형제봉을 지나 보현봉을 오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어느산을 오를까 미리 계획을 하고 산을 가는데, 오늘은 그냥 말 그대로 발길 닫는대로 가볍게 걸어 보리라

     마음먹고 발길이 이끄는대로 따라 왔는데 눈앞에 연둣빛으로 둘러싸인 보현봉이 보이네요. 

 

     지난 가을부터 6개월 가까이 실시된 경방기간(산불방지 출입통제)이 오늘로써 모두 풀리는 날이라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의 등산로는 물론 도립공원 등의 등산로는

     수많은 산꾼들의 발자국 소리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겠지요.

 

 

   위험한 암릉의 보현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축지법을 써야만 하는데,

     축지법을 할줄 모르면 축지법을 잘하는 분을 따라서 할 수도 있겠지만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보현봉 입구를 지키는 저 문지기 기암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고 입장인사를 드립니다~

 

 

△암릉으로 이뤄진 보현봉 정상부모습

 

 

    보현봉을 지키는 동물들은 다 온순하여 조용히 지나가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때론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 역활을 하기도 합니다.

 

 

 

     정상바로 아래의 저 좁은 기도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면 수십 명이 모여 앉을 수 있는 아주 커다란 굴방이 나오는데

     비바람도 막아주는 천혜의 기도터인 이곳 바위벽에는 붉은 글씨들이 곳곳에 적혀 있어서

     지금도 많은 신앙인들이 몰래몰래 이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무속인들의 기도터 형제봉과 보현봉...

 

     원래 형재봉일원과 이 보현봉 일대는 많은 무속인들과 광신도들이 주야로

     괴이한 괴성을 내지르며 기도문을 외치는 소리로 조용한 등산로를 흔들어 놓아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공단에서 수시로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상에는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눈을 제외한 온몸을

     비닐로 칭칭 동며맨 하얀 여인이 스치로폼에 앉아서 괴성을 지르며 기도를 하다가 

     불쑥 나타난 저를 발견하곤 놀라서 이내 소리가 작아집니다.

 

    무슨 연유로 이런 곳에서 괴스러운 기도를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여인에게도 사연은 있겠죠~ 

 

 

 

 

     정상에 올라서면 

     대남문 너머로 노적봉,만경대, 백운대가 한눈에...

 

 

 

     붕어바위는

     왜 강에서 바위산으로 올라왔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역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전혀 없는 명산, 북한산입니다.

     산에 숲만 우겨져 있어도 조금은 식상할 것 같은데 북한산은 바위와 숲이 적절히 어우러진 매우 아름다운 산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삶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영양소 같은 존재입니다. 

 

 

 

     올봄, 보현봉 정상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진달래꽃이

     또 올봄 마지막으로 보는 진달래꽃일 겁니다.

 

    그 흔하디 흔한 연분홍 진달래가 이렇게 반갑게 느껴지다니...

 

 

 

     위험한 암봉은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는데

     위험경고판 사이의 좁은 바위틈으로 암릉에 올라서면 북한산 일대는 물론이고

     도봉산,수락산,관악산 등과 서울시내가 훤히 조망되는 북한산의 몇 안되는 명당 중의 명 조망지입니다.

 

 

 

     한낮에는 더위도 느껴지는 늦은봄 이라고는 하지만

     보현봉일대는 아직도 푸른 이파리들이 나오지 않아 산아래 풍경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의 보물 멧돼지머리 입니다.

     뾰족한 암봉위에 위태롭게 올려져 있는 이 기암은 보면 볼 수록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커다란 덩치에 맞지않는 작은 고임돌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니 가까이서 보는 사람들은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고 있지요.

     여럿이서 밀면 곧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왼쪽의 연화봉과 문수봉아래로 문수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산에는 유독 불교색이 뭍어나는 이름을 가진 산봉우리들이 참 많아요.

    원효봉, 의상봉, 연화봉, 문수봉, 보현봉 등등...

 

     보현봉은 '보현보살'에서 기인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보현보살은 문수보살과 함께 석가여래를 좌우에서 형시하는 보살로서 문수보살은 석가의 왼편에서

    여러 부처님네의 대지(大智), 즉 깨달음의 상징으로 지덕을 맡음에 비해

    보현보살은 여래의 오른쪽에서 이(理), 정(定), 행(行)의 덕을 맡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법화경과 화엄경의 우두머리 보살인 보현보살은 문수보살과 함께 모든 보살들의 으뜸이 되어서 

    언제나 석가여래의 중생제도를 돕는다고 합니다.

 

    또 중생들의 목숨을 길게 해주는 덕을 가졌으므로 '보현연명보살'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맑은 산소를 마음껏 들이켤 수 있도록 언제나 거져 베풀기만 하는

     자연에 오늘도 많이 고마움을 느끼며 갑니다.  

 

 

 

 

     물감을 풀어 놓은듯 연두빛으로 점점 짙어가는 보현봉(727m)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식생연구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는데 통제가 풀리면 보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북한산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보현봉의 마지막 암봉을

     조심스럽게 내려온 다음, 한번 더 축지법을 쓰면 곧 북한산성길로 올라서게 됩니다.

 

 

 

                                     화장끼 없는 맨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운지 

                                     수줍은 각시붓꽃은 연신 고개를 내저으며

                                     사진찍기를 끝내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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