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북한산

인수봉 유감?

머루랑 2013. 8. 7. 13:35

 

       △잠수함능선

 

         뭐 하는날 등창 난다고 오늘이 딱 그렇다.

         장마는 끝났다는데 새벽녁에 쏟아지는 비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거의 폭우 수준이다.

 

         아침에는 잠시 비가 개이는 것 같아서 며칠 전 계획을 세운 인수를 오르기 위해 장비를 챙겨 

         지하철을 이용 수유역에 도착해 우이동행 120번 버스를 환승 하려는데 또 비가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왕에 여기까지 온거 가는데 까지는 가봐야지... 

 

 

       △영봉

 

        여름숲이 다 그렇듯 오늘도 바람 한점 없는 숨이 턱턱 막히는 숲길을 오르는데

        본격적인 산행도 하기 전에 이미 땀으로 온몸이 젖어 온다..

        점점 짙어지는 운무는 개일 것이라는 나의 기대를 크게 비웃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를 지나고

 

       △운무에 덮힌 인수벽 아래에 섰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한팀이 인수 대슬랩에 붙었다

 

       △그런대로 운치가 있는...

 

        △빗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세 명이 팀을 이뤄 여성을 훈련 시키던 저팀은 미끄러워 더이상 오르지 못하고 곧 하강했다

 

       △오늘 오를 루트는 탐색도 어렵고

 

        △취나드 A도 비에 젖어 번들번들하게 빛난다

       △적막감이 감도는 고독의 길 초입부

       인수 고독의 길 시작부에 다다라 등반 준비를 하려는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해 급하게 타푸를 치고 웅크리고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미끄러운데 확보도 없이 과연 혼자서 오를 수 있을런지 고민을 한다.

 

        아까 오르던 연습팀이 내려간 후론 인수엔 사람의 인기척은 물론 그 흔한 매미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고요...

 

 

        △고독의 길 1피치 크랙구간

 

 

 

                                             △빗물을 잔뜩 머금은 크랙은 놀이터의 미끄럼틀 수준이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장비를 착용하고

                                              1피치 크랙에 붙어보니 예상대로 빗물을 머금은 바위가 많이 미끄럽다.

                                              평상시 같으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는 곳인데 확보도 없이 몇 번 미끄러지며 

                                              1피치를 간신히 끝내고 나서 2피치 앞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오늘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후퇴!

 

 

        △예전보다 모든 일에서 결단력이 빨라졌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왠만하면 중도에서 포기를 모르는 성격인데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많이 약해지는 것 같다.

 

         바위가 비에 젖어서 미끄럽고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이런 궂은 날씨에

         암벽을 하려고 생각을 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왔으면 끝까지 오를 것이지 1피치를 어렵게 끝내고 나서

         오늘은 인수 할아버지가 나를 별로 반기지 않는 모양이라 판단하고

         자연의 뜻에 따라 빠른 후퇴를 결정 했다.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할 것도 없이 1피치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오늘도 커다란 ,를 하나 만들지뭐~ 

 

 

       △건너편으로 잠수함바위가 보이는데 저곳을 가로질러 넘어 가야겠다

 

        △그동안 운무가 잠시 겉히며 우측으로 취나드A 길이 드러나 보인다

 

 

        △영봉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날씨만 좋았다면 많은 꾼들로 붐볐을 인수

 

        △미련을 버리고 철수하며...

 

          △인수대슬랩 전경

 

 

 

        △잠수함 능선에 올라 바라본 곰바위

 

        △시시각각 변하는 인수남벽

 

        △잠수함바위 선미

 

        △운무속 풍경

 

       △풍경

        △고독의 길에는 까다로운 영자크랙이 있는데...

 

        △여름풍경

 

       △오르지 못한게 마냥 아쉬워 몇 번이고 바라보고

 

       ....

 

        △풍경

 

        △인수는 오늘 끝내 정상을 보여주기 싫단다

 

        △곰바위능선

 

        △운무속 영봉

 

        △근래에 새로 놓은 백운산장 오르는 계단길이 슬랩밑으로 내려다 보인다

 

      △곰바위 앞 슬랩

 

 

         잠수함능선 건너편 슬랩을 내려가는데

         하얀 들개 한마리가 나를 발견하곤 짖으며 쏜살 같이 숲속으로 사라지는데

         뒤이어 나타난 새끼로 보이는 강아지는 제 어미가 왜 갑자기 짖으며 도망을 쳣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바위를 내려오는 나를 발견하곤 제 어미를 따라 빠르게 도망을 친다.

 

         해코지 할 사람은 아닌데~ 

 

 

      

         저 바위 끝 나무 아래에는 운동화에 배낭도 없이 데이트 나온

         젊은 연인이 한쌍 있었는데 어떻게 이 미끄러운 슬랩을 올랐는지 신통하다.

         사랑의 힘으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지만~ 

 

       △잠수함바위 선미를 보며 하산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도 정상을 밟지 않는 산행,

 

             그렇다고 삼십 년 이상 해오던 산행 패턴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다.

             모처럼 편안함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느꼈던

             느림보 달팽이 산행 이었다. 

 

         옛 선인들은 말했다.

           여름철에 무리한 체력 소모를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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