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북한산

인수봉 의대길 등반

머루랑 2013. 9. 6. 11:05

 

       △이제는 하늘만 봐도 가을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언제 그렇게 무더웠냐는 듯 하루가 다르게 선선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9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가볍게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데 

        올해는 추석 명절이 빨라서 그게 쉽지가 않죠.

 

        주말에는 결혼식이다 조상님묘 벌초다 바빠 어렵게 주중에 짬을 내어

        오늘 산행의 목적지도 당연 어프로치가 짧은 북한산 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산의 심장인 인수봉!

 

 

       △하루재에서 바라본 인수전경

 

        주중이라고는 하지만 인수에는 항상 바위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나홀로 등반하며 따가운 시선을 받기 싫어 늦으막히 집을 나서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 타고

        우이동 종점에 내려 또 도선사행 버스의 신세를 집니다.

 

        아니 주중에 웬 사람들이 이리 많나 했더니 하나 같이 말투가 엑센 지방사투리 입니다.

        포항에서 올라온 산악회팀인데 백운대를 거쳐서 북한산성으로 내려 간다네요.

        그렇게 지방에서 벼르고 왔는데 산행 거리가 너무 짧지 않나요? 

 

 

       △의대길은 중앙 오아시스에서 부터 시작한다

 

       △가을은 바위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

 

       △주말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클라이머들이 많다

 

        △이걸 보고도 오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으면 정상? 비정상??~

 

       △고독의 길. 제1피치 (난이도 5.7)

 

        일부러 늦은 시각에 와서 인지 고독의 길 초입에는

        한 팀도 보이지 않아 일단 안심이다.

        동반자 없이 자유등반 하면서 남의 눈치까지 보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네스 등 장비를 착용하고 바위에 붙어 보니 컨디션도 괜찮고 느낌도 좋다.

        저번에 새로 마련한 암벽화가 길들여 지지않아 아직은 발가락이 아프고

        좀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지만 이것도 이내 좋아질 것이고...

 

 

        △제 2피치 구간 - 미끄러워 보이지만 발디딤과 홀더가 좋아서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풍경

 

        △제 2피치를 오르다 내려다 보면 고도감에 아찔하다

 

         △2피치 후 짧은 슬랩구간

 

         △호랑이굴 구간

 

         호랑이가 이곳까지 올라와 굴에서 살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어쨌든 굴 이름은 호랑이굴 이다~

         굴 입구에서 커다란 배낭을 벗고 오르면 그 다음 부터는 널찍하다.

 

 

       △호랑이굴을 빠져 나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아서 도봉이 지척이다

 

       △영봉 뒤로 불암과 수락산도 선명하게

 

       △제3피치 (난이도 5.8)

 

        여기가 좀 어렵다.

        사진에서 매끄럽게 보이 듯 실제로도 미끄러운 편인데

        레이벡 자세로 오르면 되는데 이게 어렵다면 편법으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제3피치를 오르면 설교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4피치 상단,하단 크럭스구간 (난이도 5.6)

 

 

       △4피치 크럭스 구간을 오르다 내려다 보며...(오늘 인수 인증샷은 이 신발로 대신한다~♬)  

 

 

       △도봉에도 가끔 발걸음을 해야 산이 섭섭해 하지 않을텐데...

 

       △역시 북한산!!

 

       △인수 설교벽

 

        귀바위를 앞두고 이곳 전망바위에서 쉬면서 식사를 하려고 짐을 풀었는데

        햇볕이 들지 않는 북쪽에 바람까지 불어오니 한기가 느껴진다.

 

        찬밥을 먹으려니 입맛이 없어 먹는둥 마는둥 반만 먹고서는 맥주캔을 하나 따서

        마시고 있는데 아랫쪽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이내 중년남자 한분이 올라 선다.

        나 같이 자유로움을 즐기시는 분이다.

 

 

        △제5피치 (난이도 5.6)

        귀바위 아래 제5피치 40~50미터에 이르는 물길 크랙은 

         풋 홀드(발디딤)와 홀더가 많아서 코스는 길지만 비교적 오르기가 재미있는 구간이다.

         양옆으로 오가며 찾아 보면 디딤발이 좋아서 무난한데 누군가 내려 오는지 장비 부딛히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전에 지나쳐 가던 분이 개구멍 직전에서 장비를 꺼내고 있다가 나를 보곤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 나는 정상 까지만 간다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랑 같이 의대길을 한 번 해볼 생각이 없느냔다.   

 

         모처럼 젊은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같이 해보고는 싶지만 

         30대 때 아주 잠깐 하다가 25년이 넘도록 여태껏 인수에는 붙어보지 않아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망설이다 그분의 캠 등을 비롯한 60미터 자일까지 보니 욕심이 동한다~

         오늘 내꺼는 겨우 40미터...

 

       파트너와의 호흡이 아주 중요한 암벽등반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등반은 

       거의 하지 않는게 원칙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분의 제의를 

       거절하고 싶지가 않았는데 그게 나도 궁금하다~

 

 

        △제6피치를 올라서며 자일을 추리는 파트너 (난이도 5.7)

 

        사람의 인연이란 우연히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은 전생에 3천 번의 인연이 있어야 비로소

         이생에서의 인연으로 이어 진다고 한다.

         우연이 필연이 될 수도 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분도 자유로운 산행을 즐기시는 분이신데

         나이는 나보다 다섯살 아래지만 암벽 경력은 22년이 넘는 정통으로 배운 베테랑인데 이런 분과 같이 

         바위를 하며 부족한 제반 기술을 습득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바위를 좋아하는 머루랑에게는 분명 행운 이었다!

 

 

 

                                            △제7피치 영자크랙 (난이도 5.6)

                                           인수 정상을 가려면 이 영자크랙을 올라 참기름 바위를 지나면 끝인데 

                                            영자크랙에서 좌측 인수 A길로 오아시스까지 90미터 하강을 한 후

                                            다시 의대길을 파트너와 등반 할 것이다.

                                            

 

       △산행하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 하는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이후의 사진이 거의 없다

 

 

        △인수 A길

       의대길 시작점인 오아시스까지 하강 거리는 약 90미터 인데

        먼저 30미터 하강을 한 후 다시 60미터 하강을 할 것이다.       

 

 

        △인수 A로 하강을 하고 있는 오늘 나의 파트너

 

        △우측 의대길에는 먼저 선점한 이들이 있어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가느다란 자일 끝에 서로의 몸을 묶는 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생명을 상대에게 맡긴 다는 것이니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등반에서 파트너와의 호흡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의대길에는 먼저 온 팀이 등반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내려오던 오늘의 파트너가 

         카라비너를 회수 하다가 그만 카라비너 하나를 실수로 떨어 트렸는데 

         공교롭게도 밑에서 등반을 준비하며 기다리던 다른 팀 여성의 오른손가락 부위를 친 것이다.

         (빨간 상의의 여성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낙비'라는 외침은 들었지만 워낙에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들 대처할 시간이 없었는데 불행 중 다행히도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고 

         그나마 얼굴 부위를 강타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등반 중 항상 위를 주시하며 낙하물 등을 살펴야 한다.

 

         맞은 부위가 금세 퍼레지며 퉁퉁부어 올라 고통을 호소 하는데 

         다행히도 골절이 생긴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단순 타박상 같아 마음이 놓인다.

         미안해 하는 우리에게 일부러 그런 일도 아니고 등반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니 

         "오늘 내가 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정 그러면 저녁이나 사라"며 쿨하게 받아 주시니 고맙다.

 

         이게 산에 다니는 사람들의 너그러움이 아닐까.

         잠시 후 등반하는 모습을 보니 뼈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와는 달리 인수 오아시스에는 샘물이 솟아 나지 않는다~♬

        에 배낭 등 짐을 풀어 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등반 차례를 기다려 보지만

         자리가 나지 않아 언제까지 계속 기다릴 수는 없어서 '인수 A길' 을 상단까지

         등반하고 내려 왔는데도 아직까지 앞팀이 끝내지 못하고 있다.

 

         좀 더 기다렸다 베테랑인 파트너가 선등으로 오르면서 스탠스와 홀더의 위치에 

         로진가루로 하나하나 표시를 해가며 어찌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지 오늘 의대길이 처음 인데도 

         비교적(?) 무난하게 인공등반 코스인 볼트따기 까지 완등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카메라는 배낭 속에서 쉬고 있었으니 당연 사진은 없고...

 

 

        △등반 후 하강할 지점이다

 

 

 

                                                     △인수 의대길 루트개념도

 

                                          ○ 첫째 마디 - 25미터 슬랩길

                                          ○ 둘째 마디 - 20미터 크럭스구간

                                          ○ 셋째 마디 - 12미터 인공등반 구간(볼트따기)

                                          ○ 넷째 마디 - 28미터 긴 슬랩구간 

                                                     ○다섯째 마디 - 20미터 트레버스구간(서비스구간)

                                                     ○여섯째 마디 - 귀바위구간                   

                                                                         

 

        △인수 A와 의대 길

    인수 의대길

 

         1971년 여름, 서울대 의대생 6명이 인수봉 등반에 나섰다.

         본과 4학년 이남규와 오규철은 의사가 되기 전에 원없이 바위나 하자며 친구들을 모았고

         20여 일에 걸쳐서 망원경으로 인수봉 곳곳의 등반 가능성을 살피다

         마침내 한 곳을 찾았는데 그게 지금의 의대길인 것이다.

 

         인수 A로 올라 귀바위 뒤로 하강한 뒤 오아시스 슬래브 등반에 나서며 성공했다.

         본격적인 개척 등반에 나선지 나흘 만의 일 이었고 애초 '개척 보고서'에는 길 이름이 없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산악인들이 '의대길'이라는 이름을 달아줬다. 

 

 

       △우측 취나드 길에 하강을 기다리는 이들이 몰려있다

 

        △내가 먼저 60미터 외줄 하강 후 파트너는 두 줄 하강을 위해 오아시스에서 준비 중이다

 

 

 

 

 

 

 

 

        30대 초반에 잠깐 선배님을 따라 서너 번 인수봉에 올라본 이후

        바닥을 치는 큰 등반사고를 목격한 아내의 간곡한 만류로 인해 앞으로 암벽을 하지 않기로 약속 했었다.

        사람을 끌어 들이는 그 강열한 느낌을 잊지못해 지금도 가끔 릿지등반은 즐기고 있지만

        모두 80여 개의 다양한 루트를 가지고 있는 인수만큼 멋진 곳은 우리 나라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인수 고독의 길인데 적어도 오늘은 이름 같이 고독하지 않았다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를 우연히 바윗길에서 만나 참으로 오랜만에

        인수 바위를 뜯으며 그 촉감을 만끽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

 

        앞으로도 가끔 만나 등반을 같이 하고픈 생각은 간절한데

        그러자면 먼저 아내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연구해 보련다. 

 

        가정이 화목해 진다면 나의 즐거움쯤은 기꺼이 포기 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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