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차 한잔 앞에 두고 (오광수)

머루랑 2008. 7. 9. 18:48

<칸나꽃의 열정>

  

 

 

 

 <산책로변의 망초꽃 무리...마치 메밀꽃이 만발한 것같은 모습이다>

 

 

 

 

<양지꽃잎의 나비는 사랑을 구애하고>

  

 

 

 

 <원추리꽃은 고운 살결을 뽐내고 있다>

  

 

 

 

비 오는 날  산사에서

얼굴 잊겠다던 스님께

햇차를 대접 받는 날

 

마주하신 맑은 얼굴이

두번째 찻잔 속에서

나를 향해

파르스름 피어 난다.

 

풍경소리 아니 들리고

또르르 차 따르는 소리만

방안에서 눕는데

 

옷깃을 풀어 헤친 비구름이

지리산을 껴안으며

나로 하여금 눈 감게 한다.

 

속세 손으로 받았지만

무량 가슴으로 이어지는

이 따스함

 

세 번째 찻물 따르는 소리가

무욕으로 다가온

산의 순수가 되어

탁한 유혹들을 씻어 내고

 

회한으로 드는 차 한잔

눈가엔

이슬 한 방울

 

밖에는

비가 오는데......

 

<차 한잔 앞에 두고/오 광 수>  

 

 

 

'<詩 휴게실> > 詩의 오솔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상 (이문구)  (0) 2008.07.09
가지 못한 길 (프로스트)  (0) 2008.07.09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엄재국)  (0) 2008.07.09
그랬다지요 (김용택)  (0) 2008.07.09
농담 (이문재)  (0) 2008.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