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간격 (안도현)

머루랑 2008. 7. 13. 11:27

<간격/안도현>

<20여년 전 산불에 그을린 북한산 영봉의 그루터기 사이로 답답하게 보이는 상계동일대 아파트촌이 보인다>

 

 

 

 

 

 

 <남이섬의 메사퀘타니아 숲길이 시원하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기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간격 / 안 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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