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맑게 투영된 머루덩굴의
선홍색잎은
가을의 때깔들을 대표한다.
그 언제일까...
저 가느다란 줄기에 검푸른
머루 송이들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을 그려본다.
줄기와 잎이 갈라지는 지점의
볼록한 곳을 따서 씹어보면 새콤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이 가을에
이쁘지 않은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북한산 문수봉 길가의 붉게 물든
머루덩굴의 가을 노래~~♬
<산 골짜기 양지바른 너덜지대에 그 흔하던 산머루는 다 어디로 가고 하나도 없단 말인가...>
가을이 온다
아무도 가지 않은 구부정한 산길을 따라
새들의 지저귐을 베어 물고 가을이 온다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단풍잎 사이사이에
가벼운 깃털을 꽂은 붉은 입자들이 자르르
나는 조용조용 아랫도리에 촛수를 세우며
단풍나무 젓꼭지를 매만진다
내 자궁 어딘가에서 작은 입술을 가진
이름 모를 야생화가 벙글벙글 웃는다
어디에서부터 젖어오는 떨림일까
끝없이 허공을 미끄러지듯 하강하며
꽃향기로 가득 찬 오솔길을 차지하는
거미들의 율동,
단풍나무가 풍경을 흔들 때마다
내 심장 속 붉은 빛을 뽑아
온 숲에 내다건다 거리와 틈을
금세 좁히는 찰나의 카메라차럼
잠시 꿈틀대는 떨리는 이미지를
모두 섭렵하는 불법체류자
가을, 가을이 온다.
<떨림, 그 가을/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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