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가을비 (신경림)

머루랑 2008. 10. 24. 19:34

               

 

 

 나는 산길을 가다

두 갈래 길을 만나면

희미한 길로 가곤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가는 길이라면

식상하기 때문이다.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되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가을비/ 신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