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머루랑 2008. 10. 27. 16:49

               <벌레먹은 나뭇잎/이생진, 갈잎은/홍연희, 가을/함민복, 낙엽/이생진>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벌레먹은 흔적...

  

<벌레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것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먹은 구멍이 뚫여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백운대를 오르는 사람들의 표정도 단풍빛으로 붉게 물들어 간다

  

                                                                                <갈잎은/ 홍연희>

 

한 여름

폭풍으로 저어하다

토라진 쓸쓸함

혼연, 키스하고픈

깊고 붉은 욕망

 

눈 뜨니

그대 입술

쏟아질 듯

뜰 안 가득 피워

흐드러지고

 

바람 불자

미칠 듯 취한 듯

한 몸

가득히

달겨 들었다.

 

 

 

 

 

  

<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온산이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엔

 들로, 산으로 갈잎들의 여행을 떠나자~~

 

 

 

 

 단풍을 불태운 연무가 부옇게 내려 앉은 회색의 도시...

 

 

 

 

 낙엽이 구르는 소리, 가을이 가는 소리...

 

 

 

 

<낙엽/ 이생진>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그때가 좋은 때다

그때가 때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어하는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