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가을 입사귀 (복효근)

머루랑 2008. 10. 30. 17:08

 

 

 저 넓다란 잎은 지고나면,

하늘의 별이 되고파  다섯잎이 되었다. 

 

 

 

 

검붉게 잘 익어 갈잎에 떨어진 덜꿩나무 열매는, 

한 겨울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새들의 식량이 되리~~ 

 

 

  

  

훨훨 세상을 날아보는게 꿈인 잎새는

 날개짓을 흉내내 열심히 연습 중 이다.

 

 

  

                               <스륵 스르륵~  바람결에 몸을 맏긴채 구르던 갈잎은 어지럼증이 난다>

 

 

 

 

<가을 잎사귀/ 복효근>

 

귀, 잎사귀라 했거니

봄 새벽부터 가을 늦은 저녁까지를

선채로 귀를 열고 들어왔나니

비바람에 귀싸대기 얻어터져가며 세상의 소리소문

다 들어왔나니 그리하여 저귀는

바야흐로 제 몸을 심지 삼아 불 밝힌 관음의 귀는 아닐까

 

이 가을날 물 드는 나무 아래 서면

발자국 소리 하나 관절꺽는 소리 하나도 조심하여라 

하나도 둘도 몇십도 몇백도 아닌

저 수천 수만의 귀들이 경청하는 이 지상의 한때

그러니 가을 나무 아래서는

아직도 상기 핏빛으로 남은 그리움이라

발설하지도 만한 채 깊이 묻은 억울한 옛사랑이랑

죄다 일러바쳐도 좋겠다.

 

이윽고 다 듣고는 한잎한잎 제 귀를 내려놓는 나무아래서

끝끝내 말하지 못한 심중의 한 마디까지 다 들켜놓고는

이제 나도

말로써 하는 지상의 언어를 다 여의고

묵묵하게 또 한세상 기다리는 나무로

  돌아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