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들의 변신>
반들반들 빛나는
알밤을 닮은 도토리가 예뻐서
한 알 두 알 호주머니에 집어넣다 보니
어느새 한 웅큼이나 모였다.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등산로 한켠의 평평한
바위위에 올려 놓고보니
이쁜 단주가 되었다.
<산초열매의 수다>
어릴적 어머니께서는 가을이면
산초 열매를 매일 따다가 멍석에 널어 잘 말린다음,
방앗간에 가셔서 기름을 짜 오시곤 하셨다.
찬밥 한 덩어리에 그 산초기름을 조금 넣고
화롯불에 볶아 볶음밥을 해주실 때면, 그 고소한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또 다시 가을이 오고 산초열매가
반들반들 익어갈 때면 어머니 생각이나서
산초 이파리를 훌터 코끝에 대어보면,
고소한 맛의 어머니 향기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그림자 수묵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빚어낸
그림자 수묵화 한 점...
고운 때깔로 벙긋벙긋 웃고있는
주목나무 열매는 계절이 가는게 싫은 듯,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을을 붇잡아 둘
궁리에 여념이 없다.
<주목나무 열매의 미련>
아스팔트에 굴러 다니는 도토리를 주워
죽어가는 관음죽 화분에 올려놓았더니
도토리의 대가리를 뚫고
나무 한 마리 솟아올랐다.
저러이 둥근 알 속에서 사방으로 가지치는
인연이 숨어 있었다니
벌레들 허공 그리고 혹은
도토리에서 연방 내장을 끄집어내고 있다.
그것이 아픔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아픔이라는 걸 모르고/ 차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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