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그것이 아픔이라는 걸 모르고/차창룡

머루랑 2008. 11. 1. 21:30

                   <도토리들의 변신>

 

                                                                         반들반들 빛나는

                                                        알밤을 닮은 도토리가 예뻐서

한 알 두 알 호주머니에 집어넣다 보니

 어느새 한 웅큼이나 모였다.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등산로 한켠의 평평한

바위위에 올려 놓고보니

이쁜 단주가 되었다.

 

 

 

 

 

                   <산초열매의 수다>

 

어릴적  어머니께서는 가을이면 

산초 열매를 매일 따다가 멍석에 널어 잘 말린다음,

방앗간에 가셔서 기름을 짜 오시곤 하셨다.

 

     찬밥 한 덩어리에 그 산초기름을 조금 넣고 

 화롯불에 볶아 볶음밥을 해주실 때면, 그 고소한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또 다시 가을이 오고 산초열매가

반들반들 익어갈 때면 어머니 생각이나서

산초 이파리를 훌터 코끝에 대어보면,

고소한 맛의 어머니 향기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그림자 수묵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빚어낸

그림자 수묵화 한 점...

 

 

 

 

 

고운 때깔로 벙긋벙긋 웃고있는

주목나무 열매는 계절이 가는게 싫은 듯,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을을 붇잡아 둘

궁리에 여념이 없다.

 

 

 

 

                  <주목나무 열매의 미련>

 

 

 

 

 

아스팔트에 굴러 다니는 도토리를 주워

죽어가는 관음죽 화분에 올려놓았더니

 

도토리의 대가리를 뚫고

나무 한 마리 솟아올랐다.

 

저러이 둥근 알 속에서 사방으로 가지치는

인연이 숨어 있었다니

 

벌레들 허공 그리고 혹은

도토리에서 연방 내장을 끄집어내고 있다.

 

그것이 아픔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아픔이라는 걸 모르고/ 차창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