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11월 갈잎들의 詩 30선

머루랑 2008. 11. 8. 16:54

         <11월의 노래/김용택, 미루나무/도종환, 가을 비를 맞으며/용혜원, 단풍나무 한 그루/안도현,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에게/ 이해인, 사랑의 향기/ 윤보영, 호수/ 이외수, 일요일/ 도종환,

       가을 저녁/도종환, 겨울 사랑/문정희,초겨울/도종환, 샘/정진명,가장 이상한 단어/비스와바,

       나무/ 김용택, 깨끗한 영혼/ 이성선, 목숨의 노래/ 문정희, 가는 길/ 허형만,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오규원, 산행/허형만, 길갓집/장철문, 새는 자기 길을 안다/김종해, 북치는 소년/

       김종삼, 갈잎은/ 홍연희, 산국화/김남주, 북치는 소년/김종삼, 바람에도 길이 있다/천상병,

       남편/ 문정희, 술 한잔/ 정호승, 시든국화/ 도종환, 꽃처럼 웃을날 있겠지요/ 김용택> 

 

 

              떨어진 갈잎이 너무 예뻐 한 송이의 꽃을 만들어보니, 갈잎꽃향이 흐르는 듯~~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않고 김납니다

  

 

  

 

   눈물 지워진 나무위엔 구름만 한가득... 

  

<미루나무/ 도종환>

 

혼자서는 가슴 아픈 옛일도

 

속가슴에 묻어 두고 달그늘에 감춰 두고

 

몰래 울던 눈물도 햇빛 아래 지워져

 

미루나무 위에는 구름만 가득하다

    

 

 

  미련 없이 훌쩍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나는 열심히 살아 왔는가...

  

 

<가을비를 맞으며/ 용혜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 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  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해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 듯한데

 

온몸을 적실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 때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하는가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흠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 오르네~

  

 

<단풍나무 한 그루/ 안도현>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 산 중턱에서 찬 비를 맞네

 

오도가도 못하고 주저 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 오르네

 

    

 

  당신만을 사랑 하였기에 이제는 붉은 낙엽으로 돌아 갈 수 있습니다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믜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 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샐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오늘은 저랑 같이 젖어서, 실컷 한번 걸어보실래요?  

 

 

<당신에게/ 이해인>

 

흠뻑

젖으실래요?

 

슬퍼도

울 줄 모르는 당신

기뻐도

웃을 줄 모르는 당신

 

오늘은

한 번

실컷 젖어보세요

젖어서 외쳐보세요

 

나는 젖어 있다

나는 살아 있다

 

진정 젖어서

살아 뛰는

당신의 힘찬 목소리를

나는

꼭 한 번 듣고 싶거든요

 

  

 

 

말로만 하는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표현도 해야합니다~ㅎㅎ

  

 

<사랑의 향기/ 윤보영>

 

밀봉 해둔 차도

시간이 지나면 그 향이 옅어지지만

뚜껑없이 담아둔 그대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해집니다

 

차 향은

밖으로 나가 세상에 담기고

그대 생각은

내 안에 들어와 그리움에 담기고   

 

 

 

 

물은 한자리에 모여 하늘을 가슴에 담는 사랑이 됩니다

 

<호수/ 이외수>

 

고여 있는 슬픔이다.

 

고여 있는 침묵이다.

 

강물 처럼 몸부림치며 흐르지 않고

 

바다처럼 표효하며 일어서지 않는다.

 

다만 바람 부는 날에는 아픈 편린으로 쓸려가는 물비늘

 

기다림 끝에 흘리는 눈물들은 기다림 끝에 흘린 눈물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호수가 된다.

 

온 하늘을 가슴에 담는 사랑이 된다. 

 

  

  

 

                                            

사랑과 미움이 혼재하는 사랑,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일요일의 도로변엔 차량도, 인적도 드물고... 

  

<일요일/ 도종환>

 

바쁘다고 늦게 자고 게을러서 늦게 깨는

 

아빠의 늦은 아침 밥상머리

 

우리 아가 매달려 칭얼칭얼 대다가

 

두부 한 쪽 입에 물고 나풀나풀 갑니다

 

병아리처럼 마당을 한두 바퀴 돌다와선

 

동치미쪽 하나 물고 콩닥콩닥 갑니다

 

  

 

 도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가을 저녁...

  

<가을 저녁/ 도종환>

 

기러기 두 마리 날아가는 하늘 아래

 

들국화는 서리서리 감고 안고 피었는데

 

사랑은 아직도 우리에게 아픔이구나

 

 바람만 머리채에 붐비는 가을저녁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햐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산비탈에 우수수 낙엽 떨어질 때, 가을은 휘청거리고...

  

<초겨울/ 도종환>

 

올해도 감나무잎 산비탈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는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것은, 물길이 당신에게 닿아 있는 까닭입니다

 

 

<샘/ 정진명>

 

내 마음 깊은 곳에

샘이 하나 있습니다.

날마다 퍼내어 쓰지만

마른 적이 없는 샘.

내가 쓰고도 남아

이웃들에게도 베풀고 때로

뭇집승들에게도 나누어줍니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것은

물길이 당신에게 닿아 있는 까닭입니다.

나그네가 칡잎을 오그려

마른 목을 츅이고 가는

그런 샌이 마음마다 있습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마르지 않는 샘이기에

퍼내지 않으면 넘칩니다.

넘친 물이 흐르며 개울을 만들고

그 안에 물고기를 기르며

물가에 이끼와 나무도 키웁니다.

 

구름이 몸을 담갔다 빼고

바람이 메마른 제 몸을 적시고 가는,

당신으로부터 비롯한 샘이 하나

내 마음 깊은 곳에 있습니다.

 

 

  

 

   지는 낙엽은 새봄의 연두색 꿈이 있기에 슬프지 않습니다~

 

 

<가장 이상한 단어/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저 나무에 기대서서 흐르는 강물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지..   

  

 

<나무/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엇지

봄이었어

나,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지금 가을의 숲속에는 갈잎들의 합창이 한창입니다.

 

솔바람이 지휘하는 손 끝을 따라 일제히 목소리 모아 화음을 냅니다. 

 

아름다운 가을날의 노래를 부릅니다.  

  

 

 

늦은 별이 혼자 풀밭에 지듯 그의 발은 외롭지만 않다.

 

 

<깨끗한 영혼/ 이성선>

 

영혼이 깨끗한 사람은

눈동자가 깨끗하다.

 

늦은 별이 혼자 풀밭에 지듯

그의 발은 외롭지만

가슴은 보석으로

세상을 찬란히 껴안는다.

저녁엔 아득히 말씀에 젖고

새벽엔 통터오는 언덕에

다시 서성이는 나무.

때로 무너지는 허공 앞에서

번뇌는 절망보다 깊지만

목소리는 숲 속에

천둥처럼 맑다.

찾으면 담 밑에 작은 꽃으로

곁에서 겸허하게 웃어주는

눈동자가 따뜻한 사람은

가장 단순한 사랑으로 깨어 있다.

 

  

 

 

  

노랑이라 이쁜게 아닙니다.

 

이 계절에 이쁘지 않은게 하나라도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지요.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는 이 말은 너무나 작았다

 

 

<목숨의 노래/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고

목숨을 내 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햇다. 실성했다 해도..

  

<가는 길/ 허형만>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햇다

실성했다 해도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해도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내 가는 길

훤히 트이어 잘 보이므로.  

 

  

 

살아있는 것들은 흔들리면서, 그러나 이제는 휴식할 때 이다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흘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잇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흰구름 흩어진 곳에 청산만 남으니...

  

<산 행/ 허형만>

 

흰구름 흩어진 곳에

청산만 남으니

무르녹은 햇살 몇 줌과

귀 시려운 물소리만 남느니

천천히, 허무의

등불 하나 꺼자자 않게

어깨에 짊어진 바람도 흩날리지 않게. 

 

   

 

 

빗방울 몇이 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뚝뚝 떨어져 내린다

 

<길갓집/ 장철문>

 

처마 밑에 빗방울들이 물잠자리 눈알처럼 오종종하다

들녘 한쪽이 노랗다

은행나무가

두 그루 세 그루

빗방울 몇이 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뚝뚝 떨어져 내린다

남은 물방울 들이 파르르 떤다

은행잎이 젖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툭툭

떨어져내린다

  

  

 

  

하늘에 길이 있다는 것을 새들이 먼저 안다

   

<새는 자기 길을 안다/ 김종해>

 

하늘에 길이 있다는 것을

 

새들이 먼저 안다

 

하늘에 길을 내며 날던 새는

 

길을 또한 지운다

 

새들이 하늘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여름 폭풍으로 저어하다 토라진 쓸쓸함...깊고 붉은 갈잎의 욕망~ 

   

 <갈잎은/ 홍연희>

 

한 여름

폭풍으로 저어하다

토라진 쓸쓸함

홀연, kiss하고픈

깊고 붉은 욕망

 

눈 뜨니

그대 입술

쏟아질 듯

뜰 안 가득 피워

흐드러지고

 

바람 불자

미친 듯 취한 듯

한 몸

가득히

달겨 들었다. 

 

  

 

 

산에피면 산국화, 들에피면 들국화 내 마음속에 피면?  

  

<산국화/ 김남주>

 

서리가 내리고

산에 들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찬서리 내려 산에는

갈잎이 지고

무서리 내려 들에는

풀잎이 지고

 

당신은 당신을 이름하여 붉은 입술로

꽃이라 했지요

꺽일 듯 꺽이지 않는

 

산에 피면 산국화

들에 피면 들국화

노오란 꽃이라 했지요

 

 

 

 

하늘을 날던 별 하나가 마른풀밭에 떨어 졌어요~

  

<북치는 소년/ 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개비처럼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바람에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남편!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제일 먼 남자~

   

<남편/ 문정희>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은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아버지 산소가에 심어놓은 국화꽃이 서리를 맞아

 

그 고운 빛들을 하나,둘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꿀 창고를 아직 다 채우지 못한 꿀벌들만

 

몇마리 날아와  얼마남지 않은 가을 걷이에 분주합니다. 

  

 

 

시들고 해를 넘긴 국화에서도 향기는 난다

 

 

<시든 국화/ 도종환>

 

시들고 해를 넘긴 국화에서도 향기는 난다

 

사랑이었다 미움이 되는 쓰라린 향기여

 

잊혀진 설움의 몹쓸 향기여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피었으니, 내년에 또 피겠지요~

 

  

 

 

<꽃처럼 웃을날 있겠지요/ 김용택>

 

작년에도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저기 저렇게

꽃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에 저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납니다

 

이렇게 저기 그 자리에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 피면

내후년 내내후년에도

꽃피어 만발할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 거기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