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신경림, 바람의 시/이해인>
갈대는 저 혼자서는
절대로 춤을 출 수 없다.
바람의 도움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갈대는
언제나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바람의 도움으로 추는 춤 이지만,
무리하게 지시하는 춤에는
단호히 거절할 줄도 안다.
심술난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대도,
절대로 갈대의 연약한 허리를
꺽어놓지 못한다.
<바람의 시/이해인>
바람이 부네
내 혼에 불을 놓으며
바람이 부네
영원을 약속하던
그대의 푸른 목소리도
바람으로 감겨오네
바다 안에 탄생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
오늘도 바람이 부네
당신을 몰랐다면
너무 막막해서
내가 떠났을 세상
이 마음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
바람이 부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꿈을 꾸네 바람으로
길을 가네 바람으로
<갈대/신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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