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갈대/신경림, 바람의 시/이해인

머루랑 2008. 11. 12. 13:44

 <갈대/신경림, 바람의 시/이해인>

  

갈대는 저 혼자서는

절대로 춤을 출 수 없다.

바람의 도움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갈대는

언제나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바람의 도움으로 추는 춤 이지만,

무리하게 지시하는 춤에는

단호히 거절할 줄도 안다.

 

 심술난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대도,

 절대로 갈대의 연약한 허리를

꺽어놓지 못한다.

 

 

 

 

 

 

<바람의 시/이해인>

바람이 부네

내 혼에 불을 놓으며

바람이 부네

 

영원을 약속하던

그대의 푸른 목소리도

바람으로 감겨오네

 

바다 안에 탄생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

오늘도 바람이 부네

 

당신을 몰랐다면

너무 막막해서

내가 떠났을 세상

이 마음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

바람이 부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꿈을 꾸네 바람으로

길을 가네 바람으로

 

 

 

 

 

 

  

 

 

<갈대/신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