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정희성 외 3)

머루랑 2008. 11. 16. 00:00

     

        <가을의 기도/ 김현승, 11월/ 고 은, 어린 시절/ 피천득,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고운 동무 찾아서 이 산 저 산 넘나든 시절, 낙엽 나리는 단풍가지에  밤 새워 노래 부르던 시절...

 

 

<어린 시절/ 피천득>

 

구름을 안으리

하늘 높이 날던 시절

날개를 적시리

푸른 물결 때리던 시절

 

고운 동무 찾아서

이 산 저 산 넘나든 시절

눈 나리는 싸릿가지에

밤 새워 노래 부르던 시절

안타까운 어린 시절은

아무와도 바꾸지 아니하리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 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11월/ 고 은>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 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이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