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김현승, 11월/ 고 은, 어린 시절/ 피천득,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고운 동무 찾아서 이 산 저 산 넘나든 시절, 낙엽 나리는 단풍가지에 밤 새워 노래 부르던 시절...
<어린 시절/ 피천득>
구름을 안으리
하늘 높이 날던 시절
날개를 적시리
푸른 물결 때리던 시절
고운 동무 찾아서
이 산 저 산 넘나든 시절
눈 나리는 싸릿가지에
밤 새워 노래 부르던 시절
안타까운 어린 시절은
아무와도 바꾸지 아니하리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 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11월/ 고 은>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 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이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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