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넓다란 잎은 지고나면,
하늘의 별이 되고파 다섯잎이 되었다.
검붉게 잘 익어 갈잎에 떨어진 덜꿩나무 열매는,
한 겨울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새들의 식량이 되리~~
훨훨 세상을 날아보는게 꿈인 잎새는
날개짓을 흉내내 열심히 연습 중 이다.
<스륵 스르륵~ 바람결에 몸을 맏긴채 구르던 갈잎은 어지럼증이 난다>
<가을 잎사귀/ 복효근>
귀, 잎사귀라 했거니
봄 새벽부터 가을 늦은 저녁까지를
선채로 귀를 열고 들어왔나니
비바람에 귀싸대기 얻어터져가며 세상의 소리소문
다 들어왔나니 그리하여 저귀는
바야흐로 제 몸을 심지 삼아 불 밝힌 관음의 귀는 아닐까
이 가을날 물 드는 나무 아래 서면
발자국 소리 하나 관절꺽는 소리 하나도 조심하여라
하나도 둘도 몇십도 몇백도 아닌
저 수천 수만의 귀들이 경청하는 이 지상의 한때
그러니 가을 나무 아래서는
아직도 상기 핏빛으로 남은 그리움이라
발설하지도 만한 채 깊이 묻은 억울한 옛사랑이랑
죄다 일러바쳐도 좋겠다.
이윽고 다 듣고는 한잎한잎 제 귀를 내려놓는 나무아래서
끝끝내 말하지 못한 심중의 한 마디까지 다 들켜놓고는
이제 나도
말로써 하는 지상의 언어를 다 여의고
묵묵하게 또 한세상 기다리는 나무로
돌아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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