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주요한, 비 오는 날/서정윤, 그리움/유치환>
<그리움/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비 오는 날/서정윤>
비가 오는 날이면
거리로 나선다
젖어 질척 거리는 길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밟으며
눈물 젖은 가로수
등 뒤에서 선 그림자가 있다
맺힌 가슴의 빗방울은
어디로 흐르나
자신의 삶을 나눌 수 밖에 없음
더러는 시원한 비에 젖는다
다들 앞서가는 길에 서서
그들 만큼 달리지 못하는 변명
빗방울들은 늘 어디론가 흐르는데
정지해 버린듯한 내 손목의 소리
비가 오는 날이면
거리에서 비를 맞는 나무가 되어
<빗 소 리/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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