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비, 비가 옵니다

머루랑 2008. 11. 12. 18:04

 <빗소리/주요한, 비 오는 날/서정윤, 그리움/유치환> 

 

                                                                                        

 

 

<그리움/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비 오는 날/서정윤>

 비가 오는 날이면
거리로 나선다
젖어 질척 거리는 길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밟으며
눈물 젖은 가로수
등 뒤에서 선 그림자가 있다

맺힌 가슴의 빗방울은
어디로 흐르나
자신의 삶을 나눌 수 밖에 없음
더러는 시원한 비에 젖는다
다들 앞서가는 길에 서서
그들 만큼 달리지 못하는 변명
빗방울들은 늘 어디론가 흐르는데
정지해 버린듯한 내 손목의 소리

비가 오는 날이면 
거리에서 비를 맞는 나무가 되어

 

 

 

 

                                 

 

 

<빗 소 리/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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